김광한 지음/북레시피·1만6000원 1980년대 에프엠(FM)을 지배했던 두 디제이(DJ)는 김광한(KBS <팝스다이얼>)과 김기덕(MBC <두시의 데이트>)이었다. 주말마다 김광한이 소개하는 ’빌보드 팝차트’나 ’금주의 인기팝 40’ 등을 들으며 자랐다. 밤의 에프엠은 이종환과 이문세, 낮의 에프엠은 김광한과 김기덕이 나눠 갖던 시절이다. 김광한은 물 흐르듯 여유로운 진행과 팝에 대한 해박한 식견으로 1983~85년 3년 연속 <티브이(TV) 가이드>의 ’인기 디제이’ 순위 1위에 올랐다. 텔레비전에도 진출해, 주병진 김형곤 이성미 등이 출연한 <젊은이의 토요일> ‘렛츠 고 팝스’ 코너를 진행했고, 심형래 임하룡 최양락 김미화 등이 출연한 <쇼 비디오자키>의 진행도 맡는 등 80년대 후반은 그의 최전성기였다. 2015년 갑작스런 부고는 어른 옷을 입고 그를 잊고 있던 이들을 ’그 시절’로 소환했었다. 뒤늦게 유고가 발견돼 3년 만에 자서전이 나왔다. 늘 점잖은 이웃집 아저씨 같던 그도 폭풍 같은 젊음을 헤쳐왔음을 이제사 알게 된다. 월남 파병, 한복 입은 다방 마담, 병아리 장사, 양키 물건 판매상 등 그 시절 풍속도가 중간중간 튀어나와 마치 70년대 청춘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때 감성을 만져줬던 그가 ‘참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참 다행스럽고, 고마웠다. 다만 유명 디제이 이전 젊은 시절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80년대 이후와 음악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많이 아쉽다. 아마 원고를 마저 끝마치지 못한 채 서둘러 떠나버린 탓인 듯하다. 그도 많이 아쉬워하고 있을 것 같다. 그에게 10대 한 자락을 빚진 이들에겐 아픈 휴식 같은 책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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