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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간결한 그림체로 포착한 외로움과 다정함

등록 2018-07-06 05:00

만화 ‘카페 보문을 부탁해’

심흥아·우영민 부부 첫 공동작품
카페 운영자·손님들의 공동체 얘기
창비 제공
창비 제공
심우도(尋牛圖)란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소를 길들이는 데 빗대 그린 불화를 가리킨다. <카페 보문을 부탁해 1·2>(창비 펴냄)의 지은이가 ‘심우도’로 표기된 것은 공동 저자인 심흥아·우영민 부부의 성(姓)에서 따온 까닭이지만, 줄거리와도 썩 잘 어울린다. 주인공 ‘선화’가 ‘카페 보문’을 맡아 운영하며 겪는 일들을 그린 이 만화는 외롭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특정 공간·시기를 거치며 자신의 좌표를 찾아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적인 심우도와 달리, 이 만화의 주인공은 혼자서가 아니라 카페를 드나드는 이웃들과 함께 소를 찾아나선다.

창비 제공
창비 제공
미혼모였던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나 외숙모 집에서 눈치꾸러기로 자란 선화는 독립해 옥탑방에서 살면서 그림을 그린다. 고독한 선화의 유일한 즐거움은 카페보문에서 그림 그리기와 멍 때리기. 어느날 갑자기 카페 보문이 문을 열지 않아 마음 졸이던 선화에게 카페 주인 ‘수연’이 홀연히 나타나 카페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선화는 자신이 과연 카페를 맡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늘 헷갈려하지만, 끼니거리를 챙겨주는 유정·단골 손님 기린·만화 작가 윤주와 목수 남편, 오븐을 챙겨와 직접 빵을 구워주는 정우·길고양이 보문 등이 찾아와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단출한 결혼식, 쌍둥이 자매의 미니 콘서트 등이 열리며 카페는 활기를 띠기도 하지만, 골목 곳곳에 문을 연 경쟁 카페들 때문에 매출은 뚝 떨어진다. 친구들은 힘겨워하는 선화를 돕기 위해 함께 모여 손님들을 불러모을 지혜를 짜낸다.

역대로 카페 보문의 터에 깃들었던 사람들이 누군지 그 역사를 알게 되면, 인생이란 서로에게 기댈 어깨를 내주는 릴레이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북이 고향인 보문식당 할머니는 어릴적 절에 버려져 자라난 고아 영순에게 공간을 내주고, 영순은 가족과 연을 끊고 사는 수연에게 찻집을 물려주며, 수연은 선화에게, 그리고 선화는 기린에게 ‘카페 보문을 부탁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만화에 잠깐 등장하는 자매 뮤지션들의 노랫말처럼, ‘따로 또 같이’ 흔들리며 가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균형의 문제/‘아’ 하면 ‘하’/‘하’하면 ‘호’~/‘쿵’ 하면 ‘짝’/‘짝’하면 쿠웅~”일지 모르겠다.

꾸밈없이 간결한 그림체는 눈물을 충분히 숙성시켜 맑은 외로움을 자아내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잘 담아낸다. 만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 그림을 그리게 된 우영민과, 주로 스토리를 만드는 심흥아는 첫번째 공동 작품 <카페 보문을 부탁해>를 마무리짓고 지금은 <우두커니>라는 웹툰을 연재중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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