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카츠·거숀 슈워츠 지음, 주원규 옮김/바다출판사·2만8000원 유대교에서 ‘최고의 현인’으로 칭송되는 랍비 아키바는 양치기 출신으로 마흔살까지 일자무식으로 지냈지만 어느날 끊임없이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에 깎인 바위를 발견하고 깨달은 바 있어 뒤늦게 배움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유대교 가정에서 자라나 정통 랍비로 교육받은 공저자들은 이 책의 들머리를 아키바의 얘기로 시작한다. “배움이란 너무 늦은 때란 절대 없다.” 지금이라도 ‘탈무드의 바다’에 뛰어들라는 권유다. 탈무드는 서기 1세기부터 6~7세기까지 600여년 이상에 걸친 랍비들의 가르침을 모은 책으로 유대교 율법모음집(미슈나)과 랍비들의 주석과 논의(게마라)를 모은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 독자들은 탈무드를 일본어 번역본으로 소개된 우화집·격언집 등으로 접했을 뿐 복잡한 시대적 맥락, 방대한 분량, 난해한 표현, 낯선 에피소드 때문에 탈무드의 본령에 다가갈 수 없었다. 이 책은 탈무드의 기원·체제 등을 설명하고 대표적인 90개 절을 뽑아 해설했다. 탈무드가 선조의 지혜를 집대성했다고 하지만 언뜻 보면 의례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가령 ‘안식일에 포도주를 마실 때 포도주에 대한 기도를 먼저 해야 하는가, 축일에 대한 기도를 먼저 해야 하는가’ ‘가뭄의 시기에 공동체는 해갈을 기원하는 금식을 얼마나 해야 하는가’ 등등. 그러나 이런 ‘예송논쟁’ 같은 에피소드 밑바탕엔 자주 일어나는 일(포도주 마시기)이 어쩌다 일어나는 일(축일)보다 중요하다는 교훈, 공동체에 과도한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등이 깔려 있다. 이 책은 최대한 원전을 존중하면서도 현실적 적용 사례를 함께 제시해, 탈무드를 통해 보편적 지혜를 깨우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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