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쁜 사마리아인들> 10주년 특별판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0년대 이후 고삐 풀린 세계화, 무분별한 신자유주의가 세계경제를 더 나쁘게 만들었습니다. 1960~70년대와 견줘 모든 경제 지표의 성적이 더 떨어졌어요. 개발도상국들은 경제 선진국들이 하라는대로 금융자유화와 시장개방을 했는데도 경제는 더 나빠지고 종속됐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이 책을 썼던 이유입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가 스테디셀러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10주년 특별판(부키 펴냄) 발간에 맞춰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애초 영어로 쓰인 이 책은 2007년 국내 초판 번역본이 나왔는데, 이듬해 국방부는 반미·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불온도서로 지정했다.
그는 “한국도 신자유주의와 개방의 희생자였다. 1990년대 이후 급속한 금융자유화가 경제성장률과 설비투자 급감, 고용불안과 복지지출 정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 책이 한국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지만 시장 개방, 금융시장 자유화 등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 많다”며 “현재 한국경제는 큰 위기 상황이다. 10년 뒤에도 다시 비슷한 소리를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앞날이 캄캄한 것”이라며 근본적 경제구조 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요즘 경제정책의 최대 화두가 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의 원인도 “단지 자본가의 욕심이나 재벌 독식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구조 문제”라며 “경제력 집중 문제는 기업정책이 아닌 조세 및 복지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복지국가 시스템이 취약해 일자리를 잃으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생계형 창업이 많습니다. 선진국은 자영업 비율이 12% 안팎인데 우린 25%가 넘어요. 다른 나라 같으면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인데 (호구지책으로) 자본가가 된 많은 자영업자들이 자기를 착취해가며 사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는 “복지(정책)가 할 일을 영세자영업 부문이 떠맡아 온 게 문제인만큼 구조적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동네 골목상권이 있는 것도 좋지만 생산성이 낮아지는 걸 감수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하는 걸 용인하되 세금을 많이 걷고 재분배를 통해 복지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고용보조금 등 빈곤계층을 도우려는 것엔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신자유주의 문제 해결엔 한계가 있다”며 “현재 문재인 정부의 처지는 ‘복지는 형편이 되는대로 늘리자’는 건데 그걸로는 안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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