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걸 지음/따비·2만2000원 한국 근현대사는 눈물의 역사다. 숱한 이들이 흘린 눈물은 영화와 가요, 드라마, 소설과 연극 등 대중문화에서 확인된다. 1960년대 영화를 섭렵하다 거대한 눈물의 흐름과 마주한 영화학자 이호걸은 <눈물과 정치>라는 결실을 내놓았다. ‘남성신파’라는 개념을 착안해 박사학위를 받고 ‘눈물’을 주제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지은이는 눈물 전문가다. 눈물은 힘이다. 눈물의 원천은 고통이지만 고통을 넘어서게 하는 실천의 힘이 눈물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연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홍도’나 영화 <아리랑>의 ‘영진’의 눈물은 한국 근대 특유의 가족적 눈물이라는 점에서 ‘신파’로 규정한다. 이때 신파란 통속극의 미적 열등함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적 대중의 눈물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뜻한다. 한국 정치는 신파를 이용했다. 가족을 위한 눈물겨운 실천은 민족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져 민족주의에 활용됐으며, 목적 잃은 눈물은 박정희의 파시즘, 조국 근대화의 눈물로 악용되기도 했다. 파시즘의 억압을 극복하려는 사회주의운동의 동력 또한 눈물이었다. 눈물은 근현대 한국에서 ‘정치적 포획의 대상이자 해방적 열정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신파적 눈물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넘어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정치를 모색해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이호걸은 티브이엔(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공공성’을 읽어낸다.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는 ‘열린 공동체’이며, 새로운 감정은 눈물보다 더욱 강력한 생의 열정의 발현인 ‘웃음’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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