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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00년 전 세계는 왜 만주를 주목했나

등록 2018-07-19 20:14수정 2018-07-19 20:45

글로컬 만주
-협력과 갈등,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땅

박선영 지음/한울아카데미·3만6000원

만주는 근대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협력과 갈등의 중요한 무대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동아시아에서 냉전 체제가 본격적으로 해체될 조짐을 보이면서 또다시 만주가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여러 나라의 이해 관계가 다양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계획에서 만주는 북방 개방의 창구로 그 위상이 제고됐다.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는 러시아에게도 만주를 포함한 극동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했다. 남북관계 등 한반도의 상황이 여기에 그 무엇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만주학회 창립을 주도한 박선영 세종대 교수가 최근 펴낸 <글로컬 만주>는 이처럼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만주 지역을, 그 ‘글로컬’(글로벌+로컬)한 특성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1920~1930년대 국제 민간 학술단체인 ‘아이피아르’(IPR, Institute of Pacific Relations)와 국제기구인 ‘국제연맹’에서 만주를 두고 벌인 활동을 주로 연구했다.

1925년 미국 지식인들이 주도해 “태평양 제 국민의 상호관계 개선을 위한 연구”를 목적으로 결성한 아이피아르는 초기 형태의 비정부기구(NGO)이기도 했다. 이 기구는 나중에 서양에서 동아시아학, 곧 ‘지역학’을 형성·확장시키는 토대가 됐다. 아이피아르는 외양으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통한 학술 교류를 추구했지만, 각국의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장이기도 했다.

1932년께 만주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제국 육군의 모습. 출처 ww2db.com
1932년께 만주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제국 육군의 모습. 출처 ww2db.com

아이피아르는 제3회 교토 회의(1929년)와 제4회 상하이 회의(1931년)에서 만주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다뤘다. 이 시기는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로 획득한 권익을 내세워 남만주 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하던 때다. 때문에 학술회의의 장이었던 아이피아르 회의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입장이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학자들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만주의 관계를 규명하고 일본의 만주 점령 이후에 다양한 갈등 관계가 형성됐음을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 반면 일본 학자들은 만주에서 일본의 권리가 합법적이며 경제적으로 일본이 만주 발전에 큰 구실을 했다는 주장을 앞세웠다. 1931년 일본이 일으킨 만주사변은, 제4회 회의에서 더욱 격렬한 대립과 감정싸움을 야기했다. 결과적으로 뾰족한 해결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지은이는 “국제연맹과 아시아·태평양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만주사변과 그 다음해 곧이어 벌어진 ‘상하이 사건’은, 국제기구인 국제연맹에서 만주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중국이 일본을 연맹 이사회에 제소함에 따라, 연맹에서는 영국인 알렉산더 리튼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만주로 보냈다. 국제연맹은 중립성을 앞세우며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고, 결국 일본은 리튼 보고서에 기초한 연맹의 권고에 반발해 연맹 탈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은이는 “만주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컬의 글로벌화, 즉 지역적인 차원의 만주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차원의 관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피아르와 국제연맹을 무대로 펼쳐진 줄다리기는, 군사 분쟁지이면서 경제 협력지인 만주라는 지역의 복잡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만주 지역에 접근할 때에도, 이런 ‘글로컬’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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