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상상 출판사와 함께 하는
‘다시 자본을 읽자’ 프로젝트
2년 동안 격월간 책 출간에 강연까지
“과학 넘어선 비판”, “모순보다 역설”
고병권이 읽는 ‘자본’은 어떤 모습?
‘다시 자본을 읽자’ 프로젝트
2년 동안 격월간 책 출간에 강연까지
“과학 넘어선 비판”, “모순보다 역설”
고병권이 읽는 ‘자본’은 어떤 모습?
고병권 지음/천년의상상·1만3900원 (전체 12권 격월간 발행) 평생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끈질기게 공부를 이어온 철학자 고병권(47·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은 그동안 많은 책을 써냈다. 그런데 의외로 카를 마르크스에 대한 본격적인 저술은 한 권도 펴낸 적이 없다. 애초 대학에서 화학과를 다니다가 마르크스 공부를 하겠다며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마르크스와 니체, 스피노자를 가장 좋아한다고 꼽아왔던 그다. 그랬던 고병권이 드디어 마르크스의 주저 <자본>을 “다시 읽는” 책을 펴낸다. 그것도 출판계에 전례 없던 새로운 시도와 함께. <월간 정여울> 프로젝트로 ‘단행본을 월간 발행한다’는 실험을 펼치고 있는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오는 8월부터 고병권의 <다시 자본을 읽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앞으로 2년 동안 격월간으로 열두 권의 책을 펴내고, 그 사이사이에 열두 차례의 강연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강연은 동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으로도 제공한다. 지난주부터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함께 정기독자라 할 수 있는 ‘북클럽’ 독자들을 모집하는 ‘북펀드’도 시작했다.
8월부터 2년 동안 격월로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어낸 책을 펴내고 강연을 펼치는 <다시 자본을 읽자> 프로젝트에 돌입한 철학자 고병권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 세미나실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멕시코 출신의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멕시코시티 국립궁전 벽화 속 마르크스. 천년의상상 제공
8월부터 2년 동안 격월로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어낸 책을 펴내고 강연을 펼치는 <다시 자본을 읽자> 프로젝트에 돌입한 철학자 고병권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 세미나실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작인 <자본>을 혁명 동지였던 빌헬름 볼프에게 헌정했다. 마르크스에게 볼프는 친구이자 ’프롤레타리아의 선봉투사’였다. 천년의상상 제공
노동자에게 <자본>을 헌정한 마르크스처럼
“‘격월간 열두 차례’라고 하니, ‘너무 무리하게 책을 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급하게 공부한 것을 막 써내는 책은 결코 아닙니다. 지난 20년 동안 저 나름대로 공부하고 준비해온 내용을,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병권의 공부는 늘 마르크스를 향해 있었다. 2003년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펴냈을 때에도 “이제 마르크스로 가는 길을 가겠다”고 했고, 2014년 <언더그라운드 니체>를 낸 뒤에도 “모든 근거들이 몰락하는 곳”으로서 ‘언더그라운드’ 개념으로 마르크스를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정적으로는 2016년 연구공동체 ‘우리실험자들’에서 <자본> 강의를 했던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뼈대가 됐다. 그 강의를 빼놓지 않고 들었던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가 “책으로 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렇지만 장장 2년 동안 매달 책 내고 강연하는 것을 반복하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일 리 없다.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르크스가 <자본>이란 책을 두고 그토록 머리를 썩였던 이유가, 또 프랑스어판을 낼 때 ‘분책’을 하자는 편집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이 책을 노동자들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다시 자본을 읽자> 1권에서 그는 <자본>이 마르크스의 혁명 동지였던 빌헬름 볼프(1809~1864)에게 헌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짚으며, “마르크스는 <자본>의 독자로 노동자를 상정했으며, <자본>을 당대의 노동자들이 사용할 무기로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쓰고 그냥 그것을 뿌리는 데에 그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르크스처럼 수신인이 누구라고 콕 찍을 순 없지만, ‘좋은 책’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책’을 써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렇기 때문에 선 대표가 제안한, 정기적으로 책을 내고 독자와 만나는 일이 아무리 부담되더라도 꼭 응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틈틈이 ‘왜 남의 인생에 이렇게 힘든 일을 줬느냐’ 투덜대긴 하지만요.”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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