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잘 자고 놀기 잘 하는
잠귀신 노리의 강남 ‘출타기’
잠 못자는 사람 다 모여라
잠귀신 노리의 강남 ‘출타기’
잠 못자는 사람 다 모여라
김지연 글·그림/모래알·1만3000원 역시 이 기록적인 더위에는 귀신이 반갑다. 빌딩 숲의 열기가 이글대는 서울 강남에 귀신이 나타났다니, 기왕 온 거 오싹한 냉기라도 뿜어주면 고맙겠다. 그나저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꿰차고 다니는 귀신이 어인 일로 불빛 현란한 강남까지 납셨을까? <한밤중에 강남귀신>은 밤이 깊어도 잠을 잘 수 없는 인간들을 위해 귀신들이 해결사로 나선다는 재미난 발상의 그림책이다. 학습 과잉의 나라, 일 중독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버거운 일상을 해학적인 귀신 이야기로 풀어냈다. 열대야를 식혀줄 으스스한 귀신을 기대했다면 실망이겠다. 강남귀신은 “한번 놀면 밤이 새도록 놀고 한번 자면 한 오백년 자는 잠귀신”이다. 잠도 잘 자고 놀기도 잘하는, 요즘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미덕을 갖춘 귀신이다. 잠을 잘 자서인지 성격도 곱고 때깔도 좋다. 잠귀신 노리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나 강 남쪽에 와보니, 500년 전 배추밭이 빌딩 숲으로 변했다. 그저 한숨 잤을 뿐인데, 조선 산골짝에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건너온 잠귀신 노리에게 펼쳐지는 건 이상한 일투성이다. 가장 놀라운 건 사람들이 밤에 잠을 안 잔다는 것. 사람들은 낮에 놀고 귀신들은 밤에 놀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밤에 잠을 안 자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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