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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7년 간 낱말을 추적해온 탐정의 인생

등록 2018-08-09 19:13수정 2018-08-09 19:39

단어 탐정-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장의 37년 단어 추적기
존 심프슨 지음, 정지현 옮김/지식너머·1만8000원

사건을 의뢰받는다→관련 인물들을 탐문하고 증거를 수집한다→사건의 순서와 인과관계를 추론한다→결론을 내린다. 범죄 수사 절차를 이렇게 요약해본다면, 놀랍게도 사전 편찬자의 작업도 이와 비슷하다. 표제어를 할당받는다→언어의 실제적 증거, 즉 용례를 수집한다→연원을 추론한다→단어의 정의를 내린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편집장을 지낸 존 심프슨은 자신의 직업을 ‘단어 탐정’이라고 일컫는다. 이 책은 <옥스퍼드…>에서 수행하는 ‘단어 탐정’의 주요 업무, 즉 단어의 유래, 철자·발음·쓰임새의 변화, 신조어의 탄생 등을 추적·관찰·감시·보고하는 일을 37년 동안 맡았던 그가 사전 편찬 작업과 자신의 인생사를 씨실과 날실 삼아 촘촘히 엮은 이야기다. 19세기 중반 모든 사전을 능가하는 새로운 사전을 만들자는 야심찬 기획에서 시작된 <옥스퍼드…>는 1884년 첫번째 책이 나온 뒤 1928년 열두권에 이르는 초판이 완성됐고 1989년에 제2판이 나왔다. 2000년에 온라인판을 출범시킨 이래 2037년 완간을 목표로 제3판 개정 작업이 진행중이다.

놀라운 점은 사전 편집자뿐 아니라 수많은 단어 용례 색인을 보내온 영미권 독자들의 노고를 바탕으로 이 유구한 역사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즉 빅토리아여왕 시대부터 진행된 ‘크라우드 소싱’이 사전 편찬의 기틀이 된 셈이다. 1976년 편집 어시스턴트로 <옥스퍼드…> 출판부에 입사해 ‘queen’이란 표제어를 처음으로 맡은 이래 수십년간 ‘언어의 변화’ 현장 최전선에 섰던 지은이의 인생은, 수많은 신조어의 명멸로 어지럼증 앓는 진지한 독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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