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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별과 별 사이에서 ‘안녕’을 묻는 마음

등록 2018-08-09 19:15수정 2018-08-09 20:00

안녕달 작가의 새 그림책
버려진 강아지와 소시지 할아버지
홀로 있는 존재들의 조용한 안부
안녕-안녕달 그림책
안녕달 지음/창비·2만2000원

안녕? 안녕! 안녕… 반갑고 고맙고 슬픈 말. 안녕.

어느 별인지, 무슨 사연인지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선 찻잔, 크레용, 시계, 전화기, 전구, 문짝 같은 버려진 물건들이 살아간다. 소시지 할아버지도 여기서 태어나 자라고 늙었다. 늘 무릎을 내주던 어머니도 어딘가로 떠나고 소시지 할아버지는 홀로 남아 곰인형의 손을 꼭 잡고 잠드는 쓸쓸한 삶을 이어간다. 소시지 할아버지만 외로운 게 아니다. ‘화성에서 온 고양이 가게’가 날로 번창하는 사이, 폐업에 이르게 된 가게 ‘지구별 강아지 나라’는 어느 손님도 거들떠보지 않는 개 한 마리를 밖에 내놓는다. ‘가져가세요’라는 팻말과 함께.

<수박 수영장>으로 아이·어른 가릴 것 없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작가 ‘안녕달’이 내놓은 신작 <안녕>은 이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가 만나 ‘안녕!’에서 ‘안녕…’ 으로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길거리에서 비를 쫄쫄 맞고 있는 강아지가 불쌍해 집으로 데려오지만, 자신의 통통한 분홍 엉덩이를 덥석 물어버릴까 겁이 나서 헬멧 등 보호장구가 딸린 우주복을 갖추고 나서야 강아지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강아지가 자신을 꼭 닮은 ‘줄줄이 소시지’를 먹지 않는 걸 보고 드디어 마음의 경계를 허물지만 어느날 갑자기 소시지 할아버지는 잘 지내란 인사도 없이 다른 별로 떠난다.

또다시 혼자가 된 강아지. 이번에도 역시 아무도 친구가 돼주지 않는데, 머리에 삐쭉 심지가 달린 ‘폭탄 아이’가 다가온다. 손 꼭 잡고 숲속으로 간 둘은 숨어 지내던 불꽃을 우연히 발견해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불꽃과 폭탄이 만나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강아지의 손길과 할아버지가 쓰던 헬멧의 도움으로 결국 셋은 ‘안녕’을 찾는다.

별에서 와서 언젠가는 다른 별로 돌아가는 존재들이지만 별과 별 사이에서도 마음은 이어지고 있다. 두고 온 강아지가 걱정이 된 소시지 할아버지는 죽은 이들에게 그들이 살던 별을 보여주는 ‘천문대 극장’을 찾아 하루종일 개의 일상을 지켜본다.

이웃집끼리도 뚝뚝 떨어진 회색빛 별, ‘끼리끼리’에 끼지 못해 혼자 살아가야 하는 이들. 하지만 콘크리트처럼 척박한 관계 속에서도 관심과 연민, 사랑의 새싹은 틈을 파고든다. 글이 거의 없는 절제된 그림체 속 절묘하게 녹아 있는 위트 있는 묘사에 미소 짓다가, 어느새 흠뻑 눈시울이 젖어든다. 지구를 떠나 다른 별로 옮겨간 이들이 지금 이순간 소시지 할아버지와 함께 나를 지켜보며 속삭이고 있을 거 같다. 안녕!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그림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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