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태평양 항해 일기
임수민 지음/미메시스·1만4800원 취업준비를 하느라 지하철 막차에 실려 흔들리는 젊은이들, 얼마나 많으랴. ‘언제쯤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되뇌며 눈물 흘리는 이들 또한 얼마나 많으랴. 파나마에서 부산까지 5개월간 요트로 바다를 건넌 지은이 임수민도 그중 하나였다.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뛰어난 외국어실력을 갖췄으며 “너는 언제나 빛나는 사람이야”라며 격려하는 좋은 부모를 뒀음에도 움켜쥘 수 있는 행복을 찾지 못해 지하철에서 눈물을 쏟았다. 교환 학생으로 미국에 갔다가 우연히 사진을 만나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라는 정체성을 찾게 된 그는 선장 ‘캡틴킴’을 비롯해 ‘50대 아저씨 선원’들과 함께 태평양 항해를 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바람을 읽거나 파도를 느끼는 것 같은 항해술의 기초를 전혀 몰랐음에도 그는 씩씩함을 잃지 않는다. “난생 처음으로 별에도 색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태평양의 비는 미끈미끈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 태평양은 아무런 향이 없다” “보름달이 사라졌을 때는 달이 얼마나 밝은지 깨달았고 보름달이 떴을 때는 밤하늘이 얼마나 어두운지 깨달았다”와 같은 아름다운 문장이 곳곳에서 반짝이지만,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 훌쩍 떠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대다수 독자들은 자신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지은이는 이 항해를 끝낸 뒤 후원금을 얻어 자신의 요트를 직접 사서 다시 항해를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앞표지에서 시작해 여행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 1부를 담고, 사진과 여행 후기를 적은 2부를 뒤표지부터 엮어 거꾸로 이어붙인 책 편집이 재치있다. 쉴 새 없이 뒤채는 바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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