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쉼보르스카가 권하는 ‘비필독도서’들

등록 2018-08-16 20:36수정 2018-08-16 21:10

읽거나 말거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봄날의책·2만원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가운데서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사진)는 한국 독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그의 시선집 <끝과 시작>과 유고 시집 <충분하다>가 번역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새로 나온 <읽거나 말거나>는 쉼보르스카가 1967년부터 2002년까지 폴란드 잡지와 신문에 발표한 서평 가운데 일부를 추린 책이다. 그의 두 시집을 한국어로 옮긴 최성은 한국외대 교수가 이번에도 번역을 맡았다.

“본질적으로 나는 독자로, 아마추어로, 그리고 뭔가의 가치를 끊임없이 평가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애호가로 머물길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쉼보르스카의 서평은 분량이 짧고 대상이 되는 책은 다채로우며 글의 성격은 자유분방하다. ‘비필독도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이 서평은 문인·예술가들의 자전과 평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문학 작품, 역사서와 문화론저는 물론 실용서와 달력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아우른다. <삼국지>와 <한자> <일본의 예술> <춘향전> 등 동양 전통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책들도 눈에 뜨인다. 할리나 오가렉 최가 번역한 <춘향전> 폴란드어판(1970)에 관한 글에서 그가 “매우 강렬한 해피엔딩을 맞고 있지만, 사실 거기에 춘향의 으깨어진 두 발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다는 독후감을 내놓는 게 흥미롭다.

폴란드 지은이가 쓴 <한자>에 관한 서평에서는 “한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며 “특유의 회화적 요소 덕분에 중국의 문자는 오늘날까지도 추상적인 개념화에 대한 저항의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타자기는 과연 어떤 모양일까” 하는 궁금증을 드러내는데, “대략 80여명의 숙달된 속기사를 태우고 왔다 갔다 하는 기관차 정도 크기의 거대한 기계”를 떠올리는 데에서는 그의 느긋한 유머 감각을 확인하게 된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옮긴이 최성은 교수는 쉼보르스카의 서평이 그의 시들과 연결되는 사례를 몇 알려주는데, 엘라 피츠제럴드 평전 서평과 ‘엘라는 천국에’라는 시, 디킨스 평전 서평과 시 ‘선택의 가능성’, <미스터리 백과> 서평과 ‘생일’, <암살 백과> 서평과 ‘테러리스트, 그가 주시하고 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엘라는 천국에’의 마지막 석 줄에서 신은 엘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약 모든 것이 끝나거든/ 내게로 와서 날 기쁘게 해주렴,/ 내 검은 위안, 노래하는 그루터기야.”

최재봉 기자, 사진 봄날의책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