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지음/휴·2만원 공동체가 위기라고 한다. 드물지 않은 고독사나 고립으로 인한 비극적 사건들은 개인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일상이 당연해진 삶에서 공동체의 복원이란 아득히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때로 탁구대 하나가 공동체를 만들기도 한다. 파주시 문발동 공방골목길의 어느 집 마당에 놓인 낡은 탁구대가 그랬다. 집 주인인 최석진 성공회 신부는 ‘마당’이라고 이름붙인 30평 남짓의 공간에 누군가 버리고 간 탁구대를 주워다 놨다. 근처 주민들이 한두 명씩 모여 탁구를 치다 탁구 동아리를 만들자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탁구 모임을 결성했다. 금요일 탁구모임, 부부복식 모임, 심야탁구 모임 등이 생겨나며 어울림은 진화했고, 탁구대는 주민들을 묶어주는 공동의 놀이터로, 때로 조촐한 파티의 식탁으로 변신했다. <한겨레> 종교전문기자로 대안적인 삶에 관심을 기울여온 저자의 새 책은 우리나라의 공동체 18곳과 세계적인 공동체 5곳을 소개한다. 첫 사례가 보여주듯이 엄청난 철학적 결단과 개인의 희생을 통해 실천하는 공동체보다는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마을 공동체들을 소개한다. 공동육아를 하는 서울 도봉구 ‘은혜공동체’나 십시일반으로 기존 마을을 좀 더 즐겁게 바꾼 ‘은평 전환마을’, 함께 집을 지어 사는 공유주택 ‘소행주’, 뜻 맞는 귀농인들이 합심해 만든 공동체 마을 주민 등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마을 공동체의 기능적 장점을 넘어 행복의 의미에 대한 다른 해석을 마주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태국 아속, 인도 오로빌, 미국 브루더호프, 일본 야미기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동체 5곳을 탐방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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