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성렬 지음/김영사·1만4800원 <피라미드 코드>의 지은이 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피라미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도 더 된 1996년 겨울이었다. 어떻게든 우울한 런던의 겨울을 벗어날 궁리 중이던 그는 할인 항공권 광고에 무작정 이집트로 향했다. 첫날 방문한 기자 지구의 피라미드군에 매료된 그는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일주일을 그곳에 머물렀다. <피라미드 코드>는 당시 싹튼 지은이의 관심이 이후 응축된 그의 과학적 집중력과 만나 태어난 책이다. 책 제목이 말하는 ‘피라미드 코드’란 고대 이집트인이 가장 큰 대피라미드에 심어 놓은 지구 크기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지은이는 고대 이집트인이 18세기 근대 문명이 성취한 수준을 뺨치는 과학 지식으로 이 피라미드에 지구 크기를 정확히 반영하는 코드를 심어 두었다고 논증한다. 이를 위해 그는 지금까지 이뤄진 피라미드에 대한 각종 문헌과 측정 자료를 소환해 꼼꼼하게 검증하는 정밀함을 보인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지리상 발견 시대의 지도와 항해에 관련한 미스터리를 주로 다룬다. 피라미드 코드에 대한 검증은 후반부를 이룬다. 피라미드 코드와 무관한 듯한 전반부의 내용은 후반부와 만나 고대 이집트인이 유럽에 앞서 이미 지구의 대양을 항해하지 않았겠느냐는 대범한 상상으로 나아간다. 기자 피라미드군 근처에서 발견된 큰 갈대선은 이런 추정의 한 근거다. 이 배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할 때 타고 간 산타마리아호보다 두 배나 컸다고 한다. 책은 이밖에도 문자와 수 체계, 정밀한 광학렌즈, 강철보다 단단한 화성암을 가공하는 기술 등 신비한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박물학적 지식을 제공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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