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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동북아에 먹구름 부르는 고이즈미 적반하장

등록 2005-12-08 16:36수정 2005-12-09 14:04

동아시아는 지금
일본 우파 지배 엘리트들이 꿈꾸는 동아시아 역학구도의 최선 모델은, 아마 동남아세아국가연합(아세안) 10국과 대만, 그리고 한반도가 지역 벨트를 이루며 일본 주식회사가 주도하는 엔경제권으로 통합되는 것이리라. 일본은 이를 토대로 지난 세기의 영-일동맹을 대체할 미-일동맹을 등에 업고, 대두하는 동아시아의 새 강자 중국에 맞서보고 싶을 것이다. 그것은 현 일본 집권세력의 구체적 전략으로 이미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중국·러시아라는 유라시아대륙의 두 강자를 에워싸는, 미국의 장대한 반월형 봉쇄진지 구축 구상과도 합치한다.

일본 우파 지배 엘리트 그룹에게 파워게임을 뛰어넘는 중-일협력을 통한 새로운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추진을 기대하기란 연목구어다. 그들에게 새 대국 중국은 일본이 최근까지 누려온 동아시아내 특권적 지위를 위협하는 불온하고 불쾌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면, 그들의 전략은 먹혀들어가고 있는가? 아니다. 현실은 오히려 그들이 자신들의 전략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멸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14일 아세안 및 한·중·일 수뇌들 참석하에 콸라룸푸르에서 열릴 제1회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을 찾은 말레이시아 실력자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 4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인도, 호주, 뉴질랜드에 더해 미국까지 참가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면 ‘동아시아’라고 할 수 없으며, 공동체 창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패로 끝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일찍부터 일본 예찬론자였던 만큼 완곡어법을 사용하긴 했으나, 마하티르의 지적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그는 “우리는 일본이 필요하지만 미국을 대변하지 않는 일본이라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다. 일본이 궁색한 논리로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끌어들이고 급기야 미국까지 끌어들이려는 저의는 뻔하다. 중국 견제다.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공동체라면 차라리 판을 깨버리는 게 낫다는 통수까지 환히 엿보인다.

그런 일본 우파 속셈에 마하티르까지 말참견을 하고, 한국은 일본편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아세안회의 때 정례화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중국이 사실상 거부했고 한국은 중-일 사이를 중재할 의지가 없다. 지난 3일의 대만 지방선거에서 미·일쪽으로 기운 집권 민진당이 대패하고 중국과의 통일을 지향하는 국민당쪽이 압승한 것도 일본 우파들에겐 매우 불길한 조짐이다.

이런 상황전개는 급증하는 중국의 경제파워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일본 압박전략의 최대 공헌자는 바로 일본 우파 지배 엘리트 자신들의 고루한 세계관이다. 그들은 일제 침략이 야기한 동아시아 공통의 아픈 기억 속에서 오히려 ‘대동아공영’의 영광을 떠올리는 우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일 “야스쿠니는 더 이상 외교카드가 될 수 없다”고 한 고이즈미식 적반하장이 얼마나 더 갈지 두고 볼 일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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