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 ⑨
참다 : 견디다
인내에도 종류가 있다 [오늘의 연습문제] 다음 중 ‘견디다’와 어울리는 것에 ○표, ‘참다’와 어울리는 것에 ∨표, 둘 다 쓸 수 있는 것에 △표를 하시오.
가뭄, 졸음, 아픔, 비바람, 호기심, 고통, 고문, 소변, 모욕, 굶주림, 통증, 수모, 세월, 화, 추위 [풀이] 홈런왕 이승엽이 일본 생활에서 배웠다고 하는 ‘인내’는 ‘참을 인’(忍)과 ‘견딜 내’(耐)가 어우러진 말이다. ‘참다’와 ‘견디다’는 어떻게 다른 걸까? ‘참다’는 사람만이 하는 일이지만 ‘견디다’의 주체에는 제한이 없다. “밧줄이 무게를 못 견디고 끊어졌다” “가죽제품이 오래 견딘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견디다’에는 물건이 본래의 성질을 유지한다는 뜻이 있다. 또 “가뭄에 잘 견디는 품종” “고문을 견뎌낸 인사” 같은 표현에서 보듯, 사람이나 생물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낸다는 뜻도 있다. 반면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역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 등에서 보듯, 사람의 감정에는 ‘참다’가 자연스럽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에도 ‘참다’가 어울린다. “졸음을 참아가며 영화를 보았다” “오줌을 참고 화장실까지 달려갔다” 등등. 호기심이나 궁금증,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나 하고 싶은 말도 이런 부류에 속한다. 참는 일은 어렵다. 오죽하면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따라서 대개 참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데, 그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웃음을 참지 못하면 웃음이, 울음을 참지 못하면 울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어서, 별다른 해는 없다. 그러나 더위를 견디지 못하면 쓰러질 수도 있다.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면 더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열을 견디지 못하는 소재는 녹아내리고, 가뭄을 견디지 못하는 농작물은 말라죽는다. ‘참다’와 ‘견디다’의 또 한 가지 차이는 시간의 길이이다. 참는 것은 잠깐이지만 견디는 일은 만만찮은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참다’는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이고, ‘견디다’는 특별하면서 추상적이다. 그래서 ‘시련’ ‘세월’ ‘암흑기’ 같은 것에는 ‘견디다’가 어울린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흔히 두 낱말을 혼동하는 이유는 입말에서 ‘참다’가 ‘견디다’를 대신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 둘 사이의 의미차가 미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참기 어려운 고통”은 잠시 스쳐가는 육체적 고통이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은 장기간에 걸친 사회·문화적 고통일 수 있다. 내일은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다. 사람에게 폭력과 탄압의 굴레를 씌워 억지로 참고 견디게 만드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요약] 견디다: 사람, 생물, 무생물이 두루 주체가 된다|외부에서 주어진 조건이나 상황에 대해 쓰인다|긴 시간이 필요하다|실패하면 심각한 해를 입는다 참다: 사람만이 주체가 된다|내부에서 발원한 심리적 충동이나 생리적 본능에 대해 쓰인다|짧은 시간으로 족하다|실패해도 별다른 해는 없다 김철호/ 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표: 가뭄, 비바람, 고문, 굶주림, 세월 ∨표: 졸음, 호기심, 소변, 통증, 화 △표: 아픔, 고통, 모욕, 수모, 추위
인내에도 종류가 있다 [오늘의 연습문제] 다음 중 ‘견디다’와 어울리는 것에 ○표, ‘참다’와 어울리는 것에 ∨표, 둘 다 쓸 수 있는 것에 △표를 하시오.
가뭄, 졸음, 아픔, 비바람, 호기심, 고통, 고문, 소변, 모욕, 굶주림, 통증, 수모, 세월, 화, 추위 [풀이] 홈런왕 이승엽이 일본 생활에서 배웠다고 하는 ‘인내’는 ‘참을 인’(忍)과 ‘견딜 내’(耐)가 어우러진 말이다. ‘참다’와 ‘견디다’는 어떻게 다른 걸까? ‘참다’는 사람만이 하는 일이지만 ‘견디다’의 주체에는 제한이 없다. “밧줄이 무게를 못 견디고 끊어졌다” “가죽제품이 오래 견딘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견디다’에는 물건이 본래의 성질을 유지한다는 뜻이 있다. 또 “가뭄에 잘 견디는 품종” “고문을 견뎌낸 인사” 같은 표현에서 보듯, 사람이나 생물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낸다는 뜻도 있다. 반면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역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 등에서 보듯, 사람의 감정에는 ‘참다’가 자연스럽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에도 ‘참다’가 어울린다. “졸음을 참아가며 영화를 보았다” “오줌을 참고 화장실까지 달려갔다” 등등. 호기심이나 궁금증,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나 하고 싶은 말도 이런 부류에 속한다. 참는 일은 어렵다. 오죽하면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따라서 대개 참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데, 그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웃음을 참지 못하면 웃음이, 울음을 참지 못하면 울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어서, 별다른 해는 없다. 그러나 더위를 견디지 못하면 쓰러질 수도 있다.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면 더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열을 견디지 못하는 소재는 녹아내리고, 가뭄을 견디지 못하는 농작물은 말라죽는다. ‘참다’와 ‘견디다’의 또 한 가지 차이는 시간의 길이이다. 참는 것은 잠깐이지만 견디는 일은 만만찮은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참다’는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이고, ‘견디다’는 특별하면서 추상적이다. 그래서 ‘시련’ ‘세월’ ‘암흑기’ 같은 것에는 ‘견디다’가 어울린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흔히 두 낱말을 혼동하는 이유는 입말에서 ‘참다’가 ‘견디다’를 대신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 둘 사이의 의미차가 미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참기 어려운 고통”은 잠시 스쳐가는 육체적 고통이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은 장기간에 걸친 사회·문화적 고통일 수 있다. 내일은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다. 사람에게 폭력과 탄압의 굴레를 씌워 억지로 참고 견디게 만드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요약] 견디다: 사람, 생물, 무생물이 두루 주체가 된다|외부에서 주어진 조건이나 상황에 대해 쓰인다|긴 시간이 필요하다|실패하면 심각한 해를 입는다 참다: 사람만이 주체가 된다|내부에서 발원한 심리적 충동이나 생리적 본능에 대해 쓰인다|짧은 시간으로 족하다|실패해도 별다른 해는 없다 김철호/ 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표: 가뭄, 비바람, 고문, 굶주림, 세월 ∨표: 졸음, 호기심, 소변, 통증, 화 △표: 아픔, 고통, 모욕, 수모,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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