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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모든 걸 버리고… ‘경험’을 찾아 떠난 개

등록 2018-09-06 20:37수정 2018-09-06 21:15

모리스 샌닥의 ‘히글티 피글티 팝!’
단색 펜화에 담긴 고전의 위엄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세로글줄로 독자 시선 붙잡아
히글티 피글티 팝!
모리스 샌닥 글·그림, 홍연미 옮김/시공주니어·1만2000원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모리야마 미야코 글, 다카하시 가즈에 그림, 박영아 옮김/북극곰·1만5000원

클래식의 귀환인가. 서점 어린이책 코너에 이 책이 꽂혀 있다면 눈에 띌까 싶다. 한 손아귀에 편안하게 잡히는 17㎝ 정사각형 판형의 <히글티 피글티 팝!>은 점점 커지고 ‘작품집’이 되어가는 그림책 트렌드를 역행한다. 일본 작가의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책장을 넘기는 세로쓰기 형식을 취해 시간을 거스르는 장정을 선보인다.

‘괴물 시기’를 통과하는 아이들에게 반백년 인기를 누리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작가 모리스 샌닥의 1967년 초기작 <히글티 피글티 팝!>이 옛 디자인 그대로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됐다. ‘히글티 피글티 팝!’은 영미권 어린이들이 말놀이 시기에 듣는 옛이야기 ‘마더구스’ 중 하나다. ‘히글티 피글티 팝/ 개가 대걸레를 먹었네/ 돼지가 몹시 서두르네/ 고양이는 정신이 없네/ 히글티 피글티 팝’. 샌닥이 어린시절 노래처럼 들었을 읊조림은 환상문학의 뼈대를 이루며 기이한 이야기로 재탄생됐다.

“안 먹어”를 외치며 6명의 보모를 사자밥이 되게 한 아기와 7번째 보모가 된 제니의 만남 장면. 어른의 얼굴을 한 아기 모습이 기이하다.
“안 먹어”를 외치며 6명의 보모를 사자밥이 되게 한 아기와 7번째 보모가 된 제니의 만남 장면. 어른의 얼굴을 한 아기 모습이 기이하다.

사자 입에 머리를 넣은 ’경험’을 얻고 온 제니를 마더구스 극장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맞이하고 있다.
사자 입에 머리를 넣은 ’경험’을 얻고 온 제니를 마더구스 극장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맞이하고 있다.

‘모든 걸 다 갖춘 개’ 제니는 “삶에는 뭔가 또 다른 게 있을 거야”라며 바깥 세상으로 떠난다. 돼지는 마더구스 극장의 주연 배우를 모집한다. 배우가 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얻으려 제니는 “안 먹어!”를 외치며 먹지 않는 아기의 일곱 번째 보모가 된다. 아기를 먹이는 데 성공해야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지만, 실패로 끝난다. 결국 ‘경험’은 못 얻은 걸까? 흥미를 돋우는 모험 여정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겠지만, 어른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적 주제에 머리가 묵직해진다. 고한빈 시공주니어 편집자는 “다른 그림책보다 분량이 많고 심오하다. 50년이 지나도 책 모양은 그대로이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또다른 감동을 받는 고전 명작의 강점을 살렸다”고 말했다.

제니는 원래 샌닥이 키우던 요크셔테리어 반려견으로, 다수 작품에 ‘카메오’로 등장하는 등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제니의 죽음 뒤에 쓰였는데, 죽은 반려견이 ‘무언가를 찾아 떠났다’며 스스로를 위로한 것으로 읽힌다. 마지막 장 제니의 편지를 보면 말이다. “가장 좋아하는 살라미 소시지로 만든 ‘대걸레를 매일 먹으니’ 걱정 말아요.” 조밀한 필치의 단색 펜화가 고전의 위엄을 뿜는다. 8살 이상.

‘좋은 냄새’의 한 장면. 세로쓰기 글줄이 가만가만 읽게 만든다.
‘좋은 냄새’의 한 장면. 세로쓰기 글줄이 가만가만 읽게 만든다.

‘완두콩 한 알’의 한 장면. 다카하시 가즈에 그림작가의 그림이 앙증맞다.
‘완두콩 한 알’의 한 장면. 다카하시 가즈에 그림작가의 그림이 앙증맞다.

‘누군가의 가방’의 한 장면.
‘누군가의 가방’의 한 장면.

‘하늘색 물색’의 한 장면.
‘하늘색 물색’의 한 장면.

<노란 양동이>로 알려진 모리야마 미야코의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는 어른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 눈에 잘 보이는 작고 예쁜 것에 관한, 문학성 짙은 이야기 다섯 편을 담았다. ‘완두콩 한 알’로 넌지시 알려주는 구구단, 전학 온 친구의 ‘하늘색 물색 우산’ 등 착한 마음을 키우는 서정적인 글과 포근한 그림이 시화처럼 어우러진다. 이지혜 북극곰 편집자는 “일본 그림작가의 원화를 존중하려고 세로글줄의 편집을 처음 시도했다. 옛 방식인 세로글줄의 불편함 덕분에 아름다운 글에 좀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했다. 3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시공주니어·북극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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