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다산북스·1만9800원 2017년 5월6일, 세계 1300만 명의 눈이 이탈리아 밀라노 북동부의 국립 몬차 자동차경주장에 쏠렸다. 포뮬러원 그랑프리? 아니다. 달리기다. 스포츠회사 나이키가 기획한 ‘브레이킹2’라는 일종의 실험이 이날 진행됐다. 마라톤 ‘마의 벽’으로 알려진 2시간 미만 기록에 도전하는 경기였다. 나이키는 도전자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를 비롯한 3명의 최고 마라토너를,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바람을 막아줄 페이스메이커로 30명의 최고 달리기 선수를 섭외했다. <인듀어>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2명의 기자 가운데 한명인 저자가 “인간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란 질문을 집요하게 탐구한 기록이다. 달리기와 같은 운동의 한계는 물리적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심장이 얼마나 많은 피를 펌프질 해대는지, 근육이 얼마나 큰 힘을 견디는지로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거나 듣곤 한다. 2006년 7월 미국 한 쇼핑몰에서 밑에 깔린 소년을 구하기 위해 1360㎏의 트럭을 들어 올린 운전자 같은 사례 말이다. 국가대표 육상선수 출신 물리학자인 저자의 그 비밀 추적 여정은 심리학으로 향한다. 과거 한 경기에서 시간 기록원의 실수로 평소보다 잘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실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한 저자의 경험담에서 그 비밀이 드러난다. 브레이킹2 프로젝트는 결국 2시간25초 기록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킵초게 선수는 결승선 통과 직후 “하지만 뭐, 우리는 사람이잖아요”라며 씩 웃었단다. 한계란 인간이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연장될 수 있는 무엇인지 모른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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