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 글, 박은미 그림/창비·1만800원 “2층 전시장에서 최신 인공지능 로봇 가족을 꼭 구경하고 가세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나요? 아이가 필요하세요? 오토맥스가 완벽한 가족을 만들어 드립니다!” 패밀리 로봇 시리즈를 만드는 회사 오토맥스 타워에선 ‘단란한 가족 홀로그램’이 가족을 파는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소설 속 이 장면은 먼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니다. 서진의 장편동화 <아빠를 주문했다>는 열한 살 소년이 로봇 아빠를 주문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냈다. 로봇에 ‘마음’까지 탑재된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다울 수 있을까? 인간의 일을 대체한 로봇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반란을 일으킨다면? 인간은 로봇을 함부로 차별할 수 있을까? 소년과 로봇 아빠의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을 통해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오토맥스 로봇 연구원이던 엄마는 1구역에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철민과 5구역인 시골로 내려가 단둘이 산다. 철민이가 아빠 얘기를 묻거나 로봇과 노는 것은 금지다. 철민은 어느날, 충동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빠를 주문한다. 대디14호, 일명 사호는 아이와 공부도 놀이도 함께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진짜 아빠’가 없는 철민에게 무슨 얘기든 진지하게 들어주는 ‘가짜 아빠’ 사호는 점점 진짜 아빠처럼 최적화되어 간다. 아빠 로봇은 “진짜 사람이 될 수 있는 마음의 회로”를 찾으려 하고, 철민은 엄청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마음의 회로는 ‘소년23’으로 만들어진 철민의 가슴 속에 있었다는 놀라운 반전. “왜 로봇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 거야? 인간은 결함투성이인데 말이야. 나는 마음의 회로를 대폭 수정해서 배포할 것이다.” 사람보다 뛰어난 로봇의 야심이 실현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8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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