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트라이브
-자폐증의 잃어버린 역사와 신경다양성의 미래
스티브 실버만 지음, 강병철 옮김/알마·3만6000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세요? 실리콘 밸리에 자폐증이 유행하고 있다고요. 우리 자녀들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실리콘 밸리에서 테크 전문 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당시 인터뷰한 성공한 기술자 둘이 각각 자폐증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기이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옆 테이블에서 난데없이 자신을 특수교육교사라고 소개한 이가 대화에 끼어들며 이렇게 말했다.
유행은 아니겠지만 ‘너드’(nerd, 지능은 높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부락인 실리콘 밸리에는 확실히 자폐증 아이들이 많았고, 아스퍼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난독증 등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으로 넓혀 봤을 때 그 수는 실제로 유행처럼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기준 미국 학령기 어린이 68명 중 1명이 자폐범주 장애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저자는, 이렇듯 흔해졌지만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가까운 자폐증의 첫 진단에서 지금까지의 역사, 치료 과정의 무수한 시행착오와 다양한 실제 사례를 살펴본다. 특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폐인들의 이야기가 많은데, 당사자들의 고백, 사람들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는 자폐인들의 과민한 반응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자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자폐증을 ”단순히 능력 부족과 기능 이상의 집합체로 볼 것이 아니라 독특한 장점을 지니고 인류의 기술과 문화 진보에 이바지해온 자연발생적 인지적 변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경다양성 개념을 사회가 폭넓게 받아들이고 적용해나갈 때 인류가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