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읽는 문학평론가 신형철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지난 10년의 슬픔과 분노 절절
미문에 실린 ‘정확한 칭찬’도 돋봬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지난 10년의 슬픔과 분노 절절
미문에 실린 ‘정확한 칭찬’도 돋봬
신형철 지음/한겨레출판·1만6000원 믿고 읽는 신형철이다. 10년 전에 낸 첫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에서부터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2011)를 거쳐 영화 에세이 <정확한 사랑의 실험>(2014)에 이르기까지, 신형철의 책들이 독자를 실망시키는 법은 없었다. 신뢰할 만한 문학적 안목, 탄탄한 지적 배경, 정확한 분석과 타고난 공감 능력, 사려깊고 겸손한 태도, 섬세하고 단단하며 아름다운 문장… 이런 미덕을 두루 갖춘 그의 평론과 산문은 문단 안팎에 굳건한 팬덤을 구축했다. 특정 작가나 작품에 관한 그의 판단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일지라도 그의 문장을 읽는 기쁨과 보람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첫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로부터 7년 만에 내는 두번째 산문집이다. 제목에 주목해 본다면, ‘느낌에서 슬픔으로’ 옮겨온 7년이라고 할까. 그런 변모의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여기 실린 글들은 2010년에서 올 초까지 쓴 것들인데, 그 시기는 ‘이명박근혜’로 대표되는 사회적 폭력과 상처의 날들과 거의 포개진다. 머리말에 따르면 여기에다 지은이의 개인적 아픔도 더해져 슬픔을 더욱 천착하게 되었다고. “이제부터 내 알량한 문학 공부는 슬픔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슬픔에 대한 공부가 다시 슬픈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니까.” <느낌의 공동체>의 표지와 이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표지는 같은 화가의 그림이다. 그런데 신형철은 <느낌…>의 표지를 정할 때 “그림 속의 배를 어떤 당신과 함께 타고 있다고 여겼”다면, <슬픔…>의 표지는 “내가 이르지 못할 슬픔을 가졌을 당신의 뒷모습을 그림 밖에 서서 바라”보는 심정을 담았다고 밝힌다. 표지 그림에 관한 이런 언급에 이어, “인간의 뒷모습이 인생의 앞모습”이라거나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을 좋아한다는 고백이 따른다. 신형철이 하필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부와 그 어려움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이 타인의 슬픔에 유독 무심하고 잔인한 시간이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들(=세월호 희생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행방불명 상태였고 이후에도 유가족을 철저하게 외면한 한 냉혈한”, “광화문에서 단식 중이던 세월호참사 유가족 앞에서 피자를 시켜 먹는 이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는 말”은 슬픔 공부의 필요성과 어려움을 절감하게 한다.
<느낌의 공동체> 이후 7년 만에 두번째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낸 문학평론가 신형철 조선대 교수. “요즘 나는 어쩌면 이제 이 세계 자체가 문학에 적대적인 곳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과 싸우고 있다”고 썼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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