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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김훈의 아버지는 왜 매를 맞았나

등록 2018-10-04 20:02수정 2018-10-04 20:30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지음/서해문집·1만7000원

대한민국이 읽은 책
표정훈 지음/대한민국역사박물관·1만2000원

독서인구가 너무 줄어서 책이 천덕꾸러기가 된 듯한 세상이지만, 책 한 권이 쌀 한 가마니와 교환되던 시대가 있었다. 8·15 해방 직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한글공부 수요 때문에 그동안 천대받던 <우리말본>(최현배) 같은 책들이 갑자기 금싸라기 같은 대접을 받았다.

책을 냈다가 장관 부인에게 폭행을 당한 운 나쁜 소설가도 있었다. 소설가 김훈의 아버지 김광주는 ‘성적으로 자유로운 특권층 여성’의 행각을 묘사한 <나는 너를 싫어한다>를 썼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한 공보처장 부인에게 끌려가 머리털이 뽑히는 고초를 겪었다.

한국전쟁 중 서울의 한 전시학교 풍경. 당시 많은 외신들은 전쟁 와중에도 3, 4부제까지 수업이 진행되고 한 교실에 100여명이 앉아있는 모습에 경탄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서해문집 제공
한국전쟁 중 서울의 한 전시학교 풍경. 당시 많은 외신들은 전쟁 와중에도 3, 4부제까지 수업이 진행되고 한 교실에 100여명이 앉아있는 모습에 경탄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서해문집 제공

책의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정리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우리가 사랑한 책들, 지(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한민국 독서사>, ‘시대와 베스트셀러‘라는 딸림제목이 달린 <대한민국이 읽은 책>이다.

<대한민국 독서사>는 해방 이후 책을 읽는 행위를 둘러싼 70년 역사를 짚는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 한글 문맹자가 절반에 이르던 한국은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음에도 실질문맹률(신문 등을 이해하는 산문문해, 지도와 차트 등을 파악하는 문서문해, 계산 능력을 뜻하는 수량문해를 포함하는 개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해괴한 상황에 놓였다. 왜 그럴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선 지식과 교양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가 지식문화와 맺는 관계”를 살펴보는 ‘독서사’가 필요하다.

1960년대는 주간지의 시대였다. <선데이서울> 창간호(1968년 9월). 서해문집 제공
1960년대는 주간지의 시대였다. <선데이서울> 창간호(1968년 9월). 서해문집 제공

이는 단지 책 읽는 행태의 문제가 아니다. 맥아더 장군, 하지 중장, 이승만 대통령 순으로 1~3위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서울대의 행태가 향후 냉전시대에 시민들의 교양과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것이요,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눈물을 쏟았다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 책을 어떻게 개발독재 이데올로기에 활용했는지를 분석하는 일이다. 4·19의 사상적 배경을 구축한 <사상계>가 어떻게 매달 500쪽에 이르는 장대한 분량의 잡지를 10만부 가까이 발행했는지를 짚는 것은 당시 정치적 자유를 갈망하는 사회적 에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뛰어난 지성과 영성을 지녔던 22살 젊은이 전태일”의 일기를 근간으로 한 <전태일 평전>이 한국현대사에 끼친 충격파는 이 책이 지금까지 수백만부 팔렸다는 데서 입증된다. “출판은 운동, 독서는 저항”이었던 1980년대의 엄혹한 풍경과 그 틈새를 파고든 무협지, 1990년대 초반 서점가를 휩쓴 ‘후일담 문학’, 구제금융기 이후 급증한 자기계발서, 2000년대 책읽기운동의 성공적 사례인 TV프로그램 <느낌표>와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등은 시대에 따른 집단 심성(망탈리테)의 변화를 생생히 드러낸다.

<창작과 비평> 창간호(1966년 1월). 서해문집 제공
<창작과 비평> 창간호(1966년 1월). 서해문집 제공

1980년대는 저항의 시대이자 무협의 전성시대였다. 김영하의 실질적인 데뷔작 <무협학생운동>(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무협소설 사상 초유의 필화사건을 야기한 박영창의 <무림파천황>,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인간시장>, 대만 작가 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 서해문집 제공
1980년대는 저항의 시대이자 무협의 전성시대였다. 김영하의 실질적인 데뷔작 <무협학생운동>(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무협소설 사상 초유의 필화사건을 야기한 박영창의 <무림파천황>,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인간시장>, 대만 작가 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 서해문집 제공

출판평론가 표정훈이 소개하는 베스트셀러 이야기도 흥미롭다. ‘훈민정음 창제 이래 최고의 판매부수’라는 광고가 무색하지 않았던 <인간시장>. 수많은 문인들의 정신적 뿌리가 된 200원짜리 삼중당 문고, “600만명 독자를 감동시킨 핵폭발같은 소설”로 소개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과학맹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코스모스> 같은 책들이 14가지 카테고리에 오롯이 담겼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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