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지음/현실문화·1만5000원 “아름다움은 선(善)보다 멀리 간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1901~1981)의 <세미나 7권-정신분석의 윤리>에 나오는 명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쾌락 충동과 도덕 규범이 충돌할 때 “네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 신이 빚은(혹은 그렇다고 믿어온) 질서 속의 윤리와 절제를 정면으로 거역하는 ‘악마적 아름다움’의 예찬으로 들린다. 라캉 철학 연구자인 정신분석학자 백상현은 신간 <악마의 미학>에서 서양의 미술 작품들을 라캉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타락과 위반의 중세 미술, 그리고 발튀스’라는 부제가 지은이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 발튀스는 20세기 프랑스 표현주의·초현실주의 사조를 상징하는 화가다. 스물여섯살이던 1934년, 파리에서 연 첫 개인전에서 전시작들이 던진 엄청난 충격 덕에 그는 ‘회화의 프로이트’라는 점잖은 비난에서부터 ‘색정광’이라는 힐난까지 한몸에 받으며 문제적 작가로 급부상했다. 특히 논란이 된 작품이 <기타 레슨>이다. 어린 소녀가 의자에 앉은 성인 여성의 무릎 위에 허리가 꺾인 채 누워 있고 바닥엔 기타가 떨어져 있다. 성인 여성은 한 손으로 소녀의 머리채를 붙잡았고, 다른 한 손은 소녀의 은밀한 부위(그림에선 노골적으로 표현된)에 접근한다. 그의 또다른 그림 <벤치 위의 테레즈>도 수위는 낮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벤치에 앉은 소녀가 곧 떨어질 듯 한 손으로 바닥에 손을 짚고 한쪽 다리를 올리는 바람에 치마가 걷히면서 속옷이 보이기 직전이다. 발튀스의 그림 상당수가 이처럼 ‘추락의 구도’인데다, 소아성애·동성애·관음증·성폭행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발튀스, 기타 레슨, 1934년. 현실문화연구 제공
발튀스, 벤치 위의 테레즈, 1939년. 현실문화연구 제공
안드레아 델 사르토, 이삭의 희생, 1528년경. 현실문화연구 제공
잔 로렌초 베르니니, 성 테레사의 법열, 1647~52년. 현실문화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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