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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내게도 나만의 강다니엘이 필요해

등록 2018-10-04 20:09수정 2018-10-04 20:42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본격 늦바람 아이돌 입덕기
원유 지음/21세기북스·1만4000원

고백한다. 나 역시 <프로듀스 101 시즌2>를 ‘본방사수’하며 투표했던 ‘국민프로듀서’였음을. 방송 전엔 “절박한 꿈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며 쓴소리를 뱉어냈지만 막상 서바이벌이 시작되자 누구에게 투표할까 고심을 거듭했다는걸.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관심도 자연스레 사그라들었다. ‘덕후’가 되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던 셈이다.

내겐 2% 부족했던 열정을 40대 선배에게서 찾았다.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는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자 19년차 현직 기자가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에게 ‘어쩌다 입덕’한 후기다. 그의 어깨 너비를 센티미터 단위로 기억하고 손끝의 작은 움직임에서도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걸 보니 이 분, ‘덕통사고’를 당해도 제대로 당한 모양이다. 10대 조카로부터 낯선 팬덤 문화를 배우고 남편이 잠든 걸 확인한 뒤에 ‘직캠’ 영상을 몰래 찾아봤다는 고백에선 빙긋 웃음이 번진다. 강다니엘을 보는 순간만큼은 엄마도, 며느리도, 기자도 아닌 오롯이 나 자신으로 돌아가게 됐노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강다니엘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책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멈춰줄 쉼표가, 숨가쁜 하루의 숨통을 틔워줄 조그만 틈새가 내겐 있는지 말이다. 효율성과 생산성에 매달리지 않고 온전히 열정을 쏟아붓는 법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지도 묻는다. 사실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강다니엘이 필요한 것 아닐까? 어떤 일도 무감하게 받아들이는 게 점점 더 익숙해져 갈수록 우리에게 절실한 건 ‘행복한 덕질’일지도 모른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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