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스타인 델루카 지음, 황금진 옮김/동양북스·1만7500원 여성의 월경은 그 자체로 이해되기보다는 언제나 과장되거나 깎아내려진다. (언젠가의) 출산을 위해 겪어야 하는 숙명적 고통으로 신비화되지 않으면 한달에 한 번 여성의 성격이 괴팍해지고 이성적 판단력이 흐려지는 시기로 비하된다. 그리고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다’라고 일축해버린다. 그런데 정말 이 모든 게 호르몬 때문인 걸까?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물론 호르몬에 의해 여성의 몸이 주기적 변화를 겪는건 사실이지만, 그러한 ‘팩트’를 신화로 만들고 재생산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일례로 제약회사는 건강한 여성에게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둔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호르몬을 처방하면 여성 건강을 모니터해야 한다며 자주 내원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도 금전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남편에게는 부인의 분노를 농담으로 얼버무릴 수단이, 아내에게는 이렇게 살아선 안될 것 같을 때 원망할 거리가 생긴다.” 또한 정치가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전통적 성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이만한 도구도 없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말한다. “여성이 짜증이 나고 우울하고 건강하지 못한 건,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호르몬 신화가 제시하는 과학적 정보들이 사실은 통념이나 미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을 제시한다. 해제를 쓴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은 “언제나 인간의 문제는 팩트(사실) 여부가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내는 권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호르몬 신화 역시 가부장이라는 유구한 권력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통제 도구라는 말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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