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인 글·보담 그림/서유재·1만4000원 평론 글쓰기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 근거나 대상이 되는 텍스트가 있어야 하고, 논리와 설득력을 갖추어야 하며, 주관의 과도한 표출을 자제해야 한다. 그 결과 재미 없고 딱딱한 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소수의 전문 독자만 읽는 글로 평론의 입지가 좁아진 지 오래다. 평론가들이 억눌러온 문학적 감수성을 표출하고 다수 독자와 만나는 수단으로 일쑤 기대는 장르가 에세이다. 평론에서 에세이로 아예 분야를 바꾼 정여울 같은 이도 있지만, 여느 평론가들도 산문집 또는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책 한두권씩은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평론가 서영인(사진)의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은 그가 5년째 거주하고 있는 서울 망원동의 이모저모를 자신의 일상에 겹쳐 풀어놓은 책이다. 홍대입구와 연남동에서 가까운 망원동은 특색 있는 맛집과 술집 등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이른바 ‘뜨는 동네’가 되었다. 이태원 경리단길을 닮았다고 해서 ‘망리단길’이라고도 불리는데, 지은이는 그런 “무책임한 이름 붙이기”에 거부감을 내비친다. “동네들을 그런 식으로 묶으면서 일회성 소비생활을 조장하고 그것을 무언가 매력적인 일탈로 포장하는 것이 불만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어느 동네든 오래된 것과 새것이 어울려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로 빛을 뿜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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