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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토대 만든 신규식전집 ‘임정 100돌’ 내년까지 낼 것”

등록 2018-10-14 18:37수정 2018-10-18 19:53

【짬】 청주대 박정규 전 교수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   오윤주 기자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 오윤주 기자
“마음이 죽어버린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나니. 우리가 망한 것은 백성의 마음이 죽었기 때문이다.”

예관 신규식(1879~1922) 선생이 쓴 <한국혼> 머리글에 나오는 내용이다. 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예관 신규식 선생의 전집 편찬이 추진된다. 독립운동가 예관은 임시정부 법무총장과 국무총리 대리 겸 외무총장 등을 지내는 등 임정에서 주춧돌 구실을 했다.

예관의 고향인 충북 청주의 후학 중심으로 예관 전집 편찬위원회를 꾸리고 사료 수집에 나섰다. 편찬위는 청주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박정규(73·신문방송학), 이성(70·한문교육과), 윤순(67·중문학부) 전 교수와 박광순 청주대 미디어 콘텐츠학부 교수, 중문학자 진옥경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10일 편찬위를 주도하는 박정규 전 교수를 만났다.

예관 고향 후학 전·현 교수 등 5명
내년 4월 발간 목표 편찬 나서
“명저 ‘한국혼’ ‘아목루’ 쉽게 번역 중”

서한 38통·순국무렵 사진 등도 찾아
단재·경부와 ‘청주 동쪽 세 천재’ 불려
독립지사 상하이 집결 토대 만들어

박 전 교수는 “예관 선생은 쑨원 등이 이끈 중국 정부와 교류하며 음양으로 독립운동을 돕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주춧돌을 놓은 임시정부 수립의 아버지요, 연출가였다. 하지만 선생의 업적이 너무 묻혀 있다. 애국을 향한 그의 절절한 글과 말을 우리가 너무 몰랐다”고 전집 편찬 배경을 밝혔다.

편찬위는 임정 수립 100년인 내년 4월께 발간을 목표로 사료를 모으고 있다. 먼저 선생의 명저인 <한국혼>과 시집 <아목루>를 알기 쉽게 번역하고 있다. 박 전 교수는 2004년 예관 제전추진위원회를 꾸려 <예관 신규식 문집>을 낸 바 있다.

<한국혼>은 예관이 박은식 선생 등과 함께 중국에서 낸 잡지 <진단>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민족의식을 일깨우려는 의도로 썼다고 한다. 1914년 탈고했으며, 순국 2년 전인 1920년 10월 어휘 등을 다듬어 다시 내기도 했다.

나라 잃은 소년의 눈물로 해석되는 시집 <아목루>에는 안중근 선생 의거를 기리는 ‘하얼빈 의거를 찬양하며’, 신해혁명 전야에 쓴 ‘연경에 이르러’ 등 16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오언·칠언절구, 율시 등이 대부분이고 산문시도 더러 있다. 김동훈 전 옌볜대 교수는 “한국혼은 민족의 역사적 문헌일 뿐 아니라 우수한 문학작품이다. 애국주의 정신의 부활이란 점에서 굴원의 ‘이소’, 루소의 ‘사회계약론’, 링컨의 ‘노예 해방선언’을 방불케한다”고 평가했다.

예관 신규식 선생.
예관 신규식 선생.
숨은 글도 찾고 있다. 편찬위는 청주시 가덕면 인차리의 한 유족한테서 예관 선생이 주고받은 편지 38편, 군인 장교(참위) 시절 부대원과 함께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기사(대한매일신보 1907년 4월 4일 치), 순국 무렵 사진 등을 발굴했다. 박 전 교수는 “예관 선생 관련 사료를 구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동안 선생에 대한 예우는 물론 연구도 무심했다”고 말했다.

전집 발간과 함께 예관 선생 재조명 사업도 함께 추진할 참이다. 예관은 단재 신채호, 경부 신백우 등과 청주 동쪽의 세 천재란 뜻의 ‘산동삼재’로 불렸다. 한국과 중국 등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했던 셋은 고령 신씨 집성촌인 청주 낭성·미원·가덕 등에서 자랐다.

예관은 육군무관학교를 나와 참위·부위를 지낸 무관이었다. 독립협회(재무부 과장) 활동도 했다. 군인 신분으로 을사늑약(1905년) 때 의병 거사를 일으키려다 실패한 뒤 음독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독이 퍼져 한쪽 눈의 신경이 마비됐고, 이후 ‘흘겨본다’는 뜻의 예관을 호로 정했다.

1911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쑨원, 천치메이, 쑹자오런, 천두슈 등 중국 혁명가들과 교우하며 신해혁명에 참여해 중국과 항일 연계 투쟁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때 <진단> <신한청년> 등 잡지를 내 독립의식을 고취했다. 이어 상하이에서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동제사’, 유학 예비 교육기관인 ‘박달학원’ 등을 만들어 독립운동의 틀을 다졌다. 임시정부 수립 뒤엔 쑨원의 광둥 중화민국 정부에 특사로 파견돼 임시정부 승인을 받아내기도 했다. 예관은 1922년 25일 동안 절식을 하다 독립을 기원하는 유언을 남기고 순국했다. 선생은 당시 임시정부의 분열상을 바라보며 극심하게 자책했다고 한다.

박 전 교수는 “예관 선생은 중국 망명 뒤 신해혁명에 참여하면서 중국 혁명군 내부에서 ‘중국에는 손문, 조선엔 신규식’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중국 쪽 예관 선생 사료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만든 ‘단재 사상과 충북 독립운동사 연구모임’도 전집 편찬을 도울 참이다. 이 모임 이상식 회장(도의원)은 “단재와 예관은 충북을 넘어 민족의 자산이다.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추진하는 예관 전집 편찬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편찬위는 예관의 출생, 수학, 망명, 독립운동, 정부 수립, 순국 과정을 담은 지도와 연보 등도 전집에 담을 참이다. 박 전 교수는 “예관은 3·1 운동을 점화한 데 이어 3·1 운동 이후 독립지사들이 상하이로 집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선생의 저술·기록 등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고, 또 알려지지도 않았다. 정부 수립 100돌 전에 그의 전집을 발행하는 게 그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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