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 유용주, 김서령, 백영옥
고향, 문학, 사랑, 눈물 등 다뤄
약 처방받듯 책에서 지혜를 얻다
고향, 문학, 사랑, 눈물 등 다뤄
약 처방받듯 책에서 지혜를 얻다
구효서 지음/현대문학·1만4000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유용주 지음/걷는사람·1만2000원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김서령 지음/허밍버드·1만4000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백영옥 지음/아르테·1만5000원 가을엔 에세이를 읽고 싶다. 시와 소설에 비해 부담이 덜하고, 글쓴이의 인간적 체취와 육성에 좀 더 가까우며, 결실과 상실이라는 계절의 순환적 질서에 조응하는 에세이를. 마침 소설가 네 사람이 각자의 개성과 향기를 담뿍 머금은 에세이를 내놓았다. 구효서의 <소년은 지나간다>는 강화도의 고향 마을 창말에서 보낸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뻘, 깨, 뽕, 쓰, 찍, 때, 뼈 같은 한글 된소리 홑글자들을 화자로 삼은 형식 실험이 이채롭다. 24개 짧은 장으로 나뉜 구성이지만, 책 전체를 일관하는 핵심적인 인물과 사건이 없지 않다. 어린 딸을 데리고 혼자 사는 ‘여자’가 그 인물. 총성이 멎은 지 10여년 된 시점. 전쟁이 망가뜨린 여자의 기구한 삶에 얽힌 사연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창말에는 그런 묘한 기운의, 뻥이 있는 것이다. 터져 흩어진. 텅 빈. 뚫려 환해진. 구멍. 빈터. 없음. 유실. 훼손. 결락. 기운. 생동. (…) 볼 수도 기억할 수도 얘기할 수도 없는 것. 알 수 없는 것. 알려 하지 않는 것. 그러면서 온갖 분노와 욕정과 수수께끼 같은 창말 사건들의 기원이 되고 마는 것.”(‘뻥’) 유용주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는 열네 살 나이에 중식당으로 팔리다시피 떠났다가 40년 만에 돌아온 고향 장수의 산천과 이웃·친구들, 박경리·박상륭·이중기 등 문인들에 관한 이야기, 세월호 참사에서 박근혜 탄핵과 그 이후에 이르는 사회적 현안을 다룬 글들을 두루 담았다. “40년 동안 세상 밑바닥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하루도 고향을 잊은 적 없다. 내 모든 작품은 장수에서 나왔다. 내 모든 희로애락 오욕칠정은 모두 고향 땅에서 나왔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향에 돌아왔건만, 막상 그를 맞은 것은 그가 기대했던 고향과는 다르다. 농축산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스무 가구도 안 되는 동네에서 이장 선거가 치열하며, 노인들은 하루 종일 종편에나 눈과 귀를 준다. 그가 세월호를 비롯한 현안들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가까이에서 접하는 이들의 이런 행태에 대한 분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에세이를 읽기에 좋은 계절 가을에 맞추어 소설가 네 사람이 각자의 개성과 향취를 가진 에세이를 내놓았다. 왼쪽부터 구효서, 유용주, 김서령, 백영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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