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오른쪽부터 평론가 우찬제 교수, 소설가 최은미, 시인 강성은, 번역자 조은라·스테판 브와. 대산문화재단 제공
부문별 5천만원씩 총 상금 2억원을 시상하는 제26회 대산문학상에 시인 강성은과 소설가 최은미, 평론가 우찬제가 선정되었다. 번역 부문에는 <호질: 박지원 단편선>을 불어로 번역한 스테판 브와 홍익대 교수와 조은라 홍익대 강사가 뽑혔다. 상을 주관하는 대산문화재단은 5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밝혔다.
시 부문 수상작인 강성은 시집 는 “암울하고 불안한 세계를 경쾌하게 횡단하며 끔찍한 세계를 투명한 언어로 번역해 냈다”는 평을 들었다. 최은미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는 “감각적이면서도 치밀한 묘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에 대한 정밀한 접근, 인간 심리에 대한 심층적 진단” 등이 수상 사유로 꼽혔다. 우찬제 평론집 <애도의 심연>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현장 비평이 텍스트에 최대한 근접하고 그것의 맥락과 기원을 탐색하는 작업임을 명료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번역 부문 수상작은 “원문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주석들이 돋보이며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원작 특유의 은유와 풍자를 잘 전달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성은 시인은 “지난 시집 이후 5년 정도 걸려 수상 시집을 냈다”며 “그 사이 벌어진 많은 사건들이 시를 쓰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세월호와 문단 성폭력 사태가 그러했다”고 말했다.
두 단편집 이후 처음 낸 장편으로 상을 받게 된 최은미는 “단편이 나에게 집중하는 장르라면 장편을 쓰면서는 타인에 주목하게 됐다”며 “소설 쓰기란 타인을 경유해서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작품을 쓰면서 다시 알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는 “세월호 이후 이 사회의 고민이 애도였는데, 진정한 문학이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애도와 관련된 게 아닐까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시대의 아픔과 문제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원리를 찾아나가는 평론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조은라 번역자는 “보수적인 시대의 틀 안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한 박지원을 낯선 프랑스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소개하고자 300개가 넘는 각주를 달았다”고 소개했다. 공역자인 브와 교수는 “앞으로도 허균, 이옥, 김려 같은 아웃사이더적 고전 작가들을 꾸준히 번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26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이달 27일 오후 6시30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