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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반도체 씨앗 심고 떠나야 했던 선구자

등록 2018-11-09 06:00수정 2018-11-09 19:05

강기동과 한국 반도체
강기동 지음/아모르문디·2만원

“나를 평생 먹여 준 것은 나의 손때 묻은 전기인두였다.”

한국 반도체의 ‘뿌리’는 정작 반도체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거둔 세계 반도체 1위라는 첨단의 성과 뒤에서 ‘살아 있는 역사’는 빼앗기고 밀려났다. 84살에 이른 강기동 박사는 오늘도 미국 네바다주 리노 외곽에서 ‘콜린스 라디오 장비’를 고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며 자서전 <강기동과 한국 반도체>를 써내려갔다.

강기동은 반도체강국 한국을 낳을 첫 공장을 1973년 경기도 부천에 세운다. 경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반도체연구소, 모토롤라 반도체사업부를 거쳐, 한국반도체주식회사를 설립해 뜻을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반도체가 삼성반도체로 넘어가는 좌절은 1막일 뿐이었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설립을 주도한 뒤로 강기동의 반도체 인생은 막을 내리고 만다.

반도체를 향한 강기동의 강한 집념은 1970년대 한국에서 기업을 일구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을 성싶다. 그는 박정희와 이병철, 정주영이 상징하는 이 땅에서 실패한 사업가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반도체를 삼성에 넘기고, 현대에 반도체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도 밀려나고야 만다. 그에게 남은 것은 울분과 절망뿐. 반도체 기술만으로 한국 근현대의 모순적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여전히 그는 박정희와 이병철, 정주영이 아닌 그들 주변에서 호가호위한 이들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체제가 저문 오늘날, 그의 성공과 실패에서 후학들이 배워야 할 것은 그런 점에서 명확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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