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맨부커상 수상작 ‘바르도의 링컨’
링컨 대통령의 어린 아들 죽음 소재
망자들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형식실험
링컨 대통령의 어린 아들 죽음 소재
망자들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형식실험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문학동네·1만5800원 <바르도의 링컨>은 미국 작가 조지 손더스(60)의 장편소설로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1996년 첫 단편집을 낸 이래 단편에만 주력해온 손더스의 첫 장편으로 관심을 모았는데, 과감한 형식 실험과 독창적인 주제로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들었다. “문학적 환각제 같다”(<이브닝 스탠더드>), “거의 은총을 받은 느낌”(<파이낸셜 타임스>), “완벽하게 독보적인 작품”(BBC 기자 리베카 존스) 같은 평은 그 일부다. ‘바르도’란 티벳 불교 용어로, 사람이 죽은 뒤 환생하기까지 머무는 중간 상태를 가리킨다. 그 기간은 보통 49일이며, ‘49재’라는 불교식 장례 풍습이 그와 관련된다. 또 다른 불교 용어 ‘중음’(中陰) 또는 ‘중유’(中有)가 이것과 비슷하다.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열한살짜리 아들 윌리 링컨이 1862년 2월 장티푸스로 숨을 거둔다. 참척의 아픔을 견디다 못한 아버지 링컨은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몇 차례나 아들의 무덤을 다시 찾았고, 방부 처리해 관에 담긴 주검을 안아주기도 했다. 손더스의 소설은 이 일화에서 시작한다. 소설은 바르도라는 시공간 또는 모종의 차원을 무대로 삼으며, 윌리를 비롯해 이 “공동체”에 머무는 이들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아직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 이승의 삶에 미련과 원망이 남은 이들이 이곳을 고집한다. 주검을 ‘병자-형체’로, 관을 ‘병자-상자’로 부르는 데에서 자신을 여전히 ‘죽음 이전’이라 믿고자 하는 이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전 그곳”, 즉 죽기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아버지 링컨의 묘지 방문은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었다. 비록 싸늘한 주검일지라도 “내 품에서 아이를 느껴보는 게 나에게 아주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다시 오겠노라는 약속을 남기고 돌아가고, 그런 약속은 당사자인 윌리만이 아니라 바르도의 나머지 구성원들에게도 희망의 근거가 된다. 소설은 바르도 구성원들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졌다. 노벨상 수상 작가 알렉시예비치의 ‘목소리 소설’ 또는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를 연상시키는 형식적 장치다. 아버지 링컨을 비롯한 ‘바깥’ 사회의 이야기는 책과 서간문, 신문 기사 등으로 보완된다.
링컨 대통령의 어린 아들의 죽음을 소재로 삼은 소설 <바르도의 링컨>으로 2017년 맨부커상을 받은 미국 작가 조지 손더스. 이 책을 번역한 정영목은 “링컨 부자는 이 작품에서 함께 바르도에 들어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David Crosby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