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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역 격차 큰 상태로 지방분권은 위험하다

등록 2018-11-30 06:01수정 2018-11-30 19:24

마강래 교수 ‘지방도시 살생부’ 후속
“분권이 균형발전 악화시킬 수 있다”
행정구역 통합 ‘광역화’·거점개발 주장
“수도권에 맞설 지방 대도시권 키워야”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지방분권의 함정, 균형발전의 역설
마강래 지음/개마고원·1만4000원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의아함에 먼저 고개가 갸우뚱. “지방에 권한을 주면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 당연하지 않나. 현 정부도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내걸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분권이 가뜩이나 힘든 지방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한 방’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니, 궁금증을 자극한다.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국토의 균형발전 방향을 모색한 책으로, 지난해 10월 출간한 <지방도시 살생부>의 후속이다. 마 교수는 이전 책에서 지방도시의 소멸을 얘기하며 2040년까지 전국 지자체 중 30% 정도가 기능마비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인구 감소 흐름에 맞서 도시를 살리려면 외곽 개발을 멈추고 도시 중심에 인구를 모으는 ‘압축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토의 균형발전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제대로 추스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책에 담았다.”

그 하고 싶은 얘기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것. 지은이는 자신의 주장을 이렇게 요약한다. “지방분권,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된다! 권한을 받을 공간단위를 먼저 조성한 후 분권이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분권을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분권과 균형발전은 서로 다른 개념이고, 오히려 분권 함으로써 균형발전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권을 하기 전에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지역 격차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돈 없이는 자치가 어렵다. 226곳의 기초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 강남구는 한해 7696억원의 예산을 쓰는데 5222억원이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남 구례군은 한해 써야 할 돈이 2636억원인데 자체수입은 225억원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낮은 충북 보은군도 한해 써야 할 돈이 3187억원인데 자체수입은 318억원밖에 안 된다. 자체수입 하위 20% 지자체와 상위 20% 지자체의 격차는 16.4배에 이른다. 계속 커지는 추세다. 이런 현실에서 분권은 “헤비급과 라이트급 선수가 함께 링에 오르는 것과 같다.” 분권을 하면 지자체들간 경쟁이 붙어, 경쟁력 있는 곳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곳은 망하게 될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판단이다. 재정분권이 이뤄져 지방세가 늘었을 때도 부자 지자체의 수입은 더 크게 늘고, 가난한 지자체의 수입은 적게 늘어 오히려 지자체 격차가 더 커진다는 점을 시뮬레이션 분석으로 보여준다. “지금은 격차 해소를 위해 분권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분권을 위해 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며 배울 것과 버릴 것을 짚는 까닭도 일본이 지자체 격차 문제를 이해하고 지방분권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분권을 하려 했다. 지은이는 일본의 행정구역 통합과 국토의 부분 부분을 뭉쳐 촘촘한 거점으로 만들고, 거점들을 연결하는 ‘뭉치고 연결하기’ 전략에 주목한다. 프랑스의 ‘거점개발’ 전략도 살펴본다.

분권이 왜 균형발전을 해치는지를 설명한 지은이는 어떻게 균형발전을 이룰지 모색한다. 지자체 간 격차를 조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행정구역 개편으로 본다. 인구나 재정능력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통합하거나 분리하는 것인데, 통합하는 쪽으로 가자고 한다. 광역화가 민주성을 해친다는 견해가 많은데, 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지방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경제 살리기’를 꼽는다. “떠나는 젊은이들을 붙잡지 못해 비어가는 동네를 보며, 자치와 분권, 자율과 책임을 외치는 건 무책임하다…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해결책은 행정구역 통합을 통한 광역화, 그리고 집적을 통한 경제 살리기이다.”

지방분권의 단위를 226개 기초지자체로 삼으면 안 되고, 더 넓은 광역으로 삼자고 한다. 광역지자체를 통합해 ‘초광역권’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서울·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전북,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다섯 곳과 강원, 제주를 별도의 광역권으로 두는 5+2 체제로 개편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1970년대부터 본격화한 우리나라의 불균형적 국토개발은 ‘거점개발’ 이론을 토대로 ‘똘똘한 놈’(수도권과 동남해안 공업벨트)을 잘 키워 나중에 성장의 이익을 나누자는 것이었는데, 성장의 이익을 나누는 일은 없었다. 거점개발 전략이 지방을 망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을 살리려면 거점을 키워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아직 회생의 불씨가 남아 있는 지방 대도시권을 살리지 않으면 지방엔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힘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방 대도시권은 인구와 일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여기마저 무너지면 수도권 쏠림 현상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수도권에 맞짱 뜰 만한 지방 대도시권을 키우자는 주장이다. “지방 대도시권은 위기에 몰린 지방이 가진 마지막 카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개마고원 제공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개마고원 제공
중요한 것은 거점의 이익이 주변지역으로 퍼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2015년 서울 강남구는 ‘서울시에서 분리독립하겠다’고 했다. 국가의 자원이 집중 투입돼 강남 발전이 이뤄졌는데도 혼자서 이익을 독차지하겠다는 뻔뻔함을 감추지 않았다. 지은이는 거점과 주변지역의 상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거점의 개발사업을 주변 쇠퇴지역의 사업과 연결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다. 이런 것들이 지방 대도시를 키워 또 다른 불균등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은이는 알고 있으며, 여기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다음 과제로 삼는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갑론을박과 추가 논의도 촉구한다. 그 속에서 더 좋은 지방 살리기 방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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