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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는 먹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등록 2018-12-21 06:01수정 2018-12-21 20:17

[책과 생각] 잠깐독서

사랑할까, 먹을까
황윤 지음/한겨레출판·1만5000원

‘조류독감, 돼지독감 올해도 유행’,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돼지 농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의 질식 사망’…. 공장식 축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해마다 수차례 기사로 접할 만큼 익숙한 주제다. 기사와 영상으로 전달되는 소식을 보면서 드는 안타까움은 그러나 막상, 오늘 점심 메뉴로 오른 돈가스를 먹을 땐 떠오르지 않는다. ‘좁은 우리에 가둬져 키워지는 저 돼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이 오늘 먹는 돈가스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자체가 현대인의 딜레마다.

공장식 축산의 참혹한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며 관객들을 딜레마에 빠뜨린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밀도 높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책의 저자가 된 영화감독은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영화 이전, 이후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무엇을 먹느냐’는 오랜 세월 권력의 문제였고 또한 취향의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저자는 지나친 육식이 가져오는 이상 기후 현상,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한 위협, 고통스럽게 살다 도축당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과도한 육식을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기를 먹지 않아야 하는가?’ 저자는 고기를 끊지 못하는 ‘육식러’들도 충분히 소규모 동물복지 농장을 통해, 항생제를 쓰지 않고 안전하게 길러진 육류를 소비함으로써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채식과 육식에 대한 오해를 설명하면서 가장 적극적인 대안인 ‘채식’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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