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스티노 라멜리 지음, 홍성욱 옮김/그림씨·1만4900원 예술과 기술이 한몸인 시절이 있었다. ‘아트’(art)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그리스어 단어가 등장한다. 그리스·로마 문화를 되살린 르네상스 시기에도, 예술과 기술이 내외 않고 함께 발전했다. 책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은 르네상스가 한창인 1588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출간됐다. 지은이 아고스티노 라멜리는 이탈리아 출생으로 추정되는 군 출신 공학자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 덕분에, 라멜리는 이 시대 다른 유능한 엔지니어들처럼 책을 써서 자신의 지식을 세상에 전파할 수 있었다. 특히 라멜리는 “공학적 원리를 따르면 이 세상에 없는 멋진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설계도를 통해 보이는 ‘종이 위에서의 공학’의 전통” 계보에 위치한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의 해설이다. 책은 기계 195개의 도해와 설명을 담고 있는데, 이 기계들은 실제로 제작된 게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기계공학적인 재능과 독창성을 뽐내기 위해 만든 발명품에 가깝다는 의미다. 라멜리의 그림은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선다. 그의 도판은 기어, 지레, 축과 회전 운동 등 공학적 원리를 충실히 만족시키며, 기계의 작동을 설명하는 부품도나 단면도가 포함되는 등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책 8권을 올려놓고 돌려 가면서 읽을 수 있는 ‘바퀴 독서대’. 그림씨 제공
우물물을 얻는 기계의 모습. 한 사람이 크랭크를 돌리면 기어가 작동해서 우물 위에 있는 큰 바퀴가 회전하고, 이에 따라 두레박을 내렸다 올렸다 할 수 있다. 그림 아래 기어와 도르래의 단면도, 부품도가 사용됐다. 그림씨 제공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기계. 뒤편에 그려진 도시는 이런 기계가 도시 건축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림씨 제공
새 소리를 내는 장식. 하인이 중앙 파이프로 바람을 불면, 나머지 4개의 파이프에서 마치 플루트를 부는 것 같은 소리가 나고, 이것이 위로 전달되어 인조 새가 소리를 내는 것 같이 들린다. 그림씨 제공
그림 하단에 있는 돌돌 말려 있는 구조물을 펼치면, 적의 성곽에 닿을 수 있도록 해자를 건너는 교량이 된다. 그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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