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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계대전과 성폭력 사이에 ‘현대사’가 있다

등록 2018-12-28 09:00수정 2018-12-28 19:54

현대사 몽타주
이동기 지음/돌베개·2만원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은 어떤 이들에게는 성폭력과 학살의 시작이었다. 2015년 3월 <군인들이 도착했을 때-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 여성의 강간>을 출간한 미리암 게브하르트에 따르면, 1945년을 전후해 점령지 독일에서 연합국 군인에게 성폭행당한 독일 여성의 수는 적어도 8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독일 여성들은 길거리에서 납치되어, 또는 집 안에서, 심지어 가족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성폭행을 당했다. 패전국의 여성들이었던 독일 여성들은 동시에 ‘승전국의 전리품’이기도 했다.

세계대전의 종전을 ‘해방의 역사’로만 바라보면, 그 이면에 있는 여성 폭력의 역사는 쉽게 지워진다. 현대사는 여전히 해석의 지평이 열려있고, 재해석과 수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첨예한 분야인 이유다. 기존의 정설과 해석을 수정할 수 있는 ‘사실’이 발견되면 끊임없이 새롭게 쓰이는 것이 ‘역사’라는 저자의 확신은 책 제목인 <현대사 몽타주-발견과 전복의 역사>와도 맞닿는다.

저자는 20세기 현대사를 ‘장기 폭력사’와 ‘단기 평화사’로 명명한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긴 폭력’으로 지칭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제어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짧은 평화’로 명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현대사는 ‘현재의 전사(前史)’이자,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사라지지 않은 과거’를 대상으로 하는 역사인 까닭에 그만큼 ‘역사가 되기 어려운 역사’이다. 때문에 현대사 읽기는 과거를 통해 오늘의 현실과 세계를 비판적으로 읽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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