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수(사진) 소설 <싱글몰트 사나이>(전2권)의 출간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출판사 휴먼앤북스는 교보문고의 1월 베스트셀러 순위를 첨부했다. 종합 판매 순위 100위 안에 소설은 13종이 들었고 그 가운데 한국 소설이 4종, 일본 소설이 5종, 구미권 소설이 4종이었다. 13종 중 추리소설이 6종인데, 한국 추리소설은 전무하고 일본 소설이 4종인 점이 눈에 띄었다. 이 출판사가 ‘H&B 스릴러-미스터리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추리소설 시리즈를 출범시킨 까닭이었다.
“저부터가 오래된 추리소설 광인데, 이런 베스트셀러 현황은 어찌 보면 분노스럽기까지 합니다. 독자들이 추리소설을 즐겨 읽음에도 유독 한국 추리소설은 멀리하는 까닭은 한마디로 재미없고 시시하다는 생각에서라고 봅니다. 제가 문학평론가이기도 합니다만, 본격소설은 이제 몰락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적인 대중소설을 양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추리소설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22일 낮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싱글몰트 사나이>는 유광수 작가의 전작인 <진시황 프로젝트>와 <윤동주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전직 형사 강태혁을 다시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다. 형사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는 강태혁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전민주의 의문의 죽음에 맞닥뜨린다. 한편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소령인 윤소영은 국산그룹 회장 피살 사건을 수사하면서 강태혁과 팀을 이루게 되는데,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몇 건의 살인사건을 두 사람이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한국 현대사와 정치·경제 현실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1945년 광복부터 50년대까지 우리 역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광복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일본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더라구요. 그 시대의 역사가 현재와 연결돼 있고 우리 사회가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이번 소설에 담았습니다.”
‘H&B 스릴러-미스터리 컬렉션’ 편집위원으로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허진 문학평론가도 “<싱글몰트 사나이>는 현대사의 왜곡과 한·일 관계, 한국 정치와 재벌 문제 등 거시적 에피소드를 많이 담아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와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고 소개했다.
유광수 작가는 <진시황 프로젝트>로 2007년 1억원 상금의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을 수상했다. 연세대에서 고전문학과 문화콘텐츠를 가르치는 그는 “60년대 김승옥이 거둔 문학적 성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웹툰과 웹소설, 미드 등에 영향 받은 젊은 독자들을 멀어지게 할 뿐”이라며 “‘작품’에 대한 고집을 꺾고, 문학의 범주를 한층 넓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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