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소설은 죽고, 논술용 교양은 살고

등록 2005-12-15 20:02수정 2005-12-16 15:48

소설은 죽고, 논술용 교양은 살고
소설은 죽고, 논술용 교양은 살고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올해의 출판/청소년

‘시장’을 이룰만한 청소년책의 독자층은 따로 있는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어린이책이 독립된 출판영역으로 자리잡은 이후에, 어린이 독자들이 자라 청소년 독자들의 책시장도 곧 넓어질 것이라는 게 그동안 출판계의 당연한 기대였다. 청소년책 시장은 올해 어땠을까.

출판인들 사이에선 “청소년책 시장은 열린다”는 미래의 낙관과 “아직은 때이르다”는 현실의 어려움이 교차하고 있다. “다들 청소년책이 중요하고 청소년 독자가 늘 것만은 분명하지만 올해엔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계절 청소년교양팀 정은숙씨는 말했다. 대형서점에서 어린이책과 어른책 사이에 끼여 ‘청소년책’이 따로 전시코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이기에.

그렇다고 올해 청소년책이 침체를 거듭한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변화의 출발에 서 있다. 휴머니스트 이재민 주간은 “청소년책의 물적 토대는 마련돼 있고 콘텐츠와 유통이 개선된다면 두어 해 뒤엔 청소년책의 부흥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386세대의 어린 자녀들이 90년대 중반 이후 어린이책 붐에 영향을 끼친 것처럼 그들의 중고생 자녀들이 이제 청소년책의 물적 토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는 그는 “청소년책만의 독특한 기획방식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갖추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청소년책에 좋은 징조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논술과 독서교육 덕에 불고 있는 ‘책 읽기’ 바람은 청소년용 고전과 교양서 출간을 재촉하고 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쓰는 고전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잇따랐다. 사계절의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배병삼)이나, 서해문집의 <신곡>(박상진), <유토피아>(나종일) 등이 청소년 고전도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철학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디딤돌의 ‘철학소설’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조광제),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김은미·김영우)도 참신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교양도서 가운데에선 ‘역사’가 뚜렷한 강세를 띠었다. 휴머니스트의 ‘살아 있는 교과서’ 시리즈는 올해에도 출판인과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에 이어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낸 휴머니스트 쪽은 “교과서 내용을 따르면서 교과서에 부족한 부분을 비판적으로 보완하는 기초교양으로서 기획한 것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꼬마이실), <아틀라스 세계사>(사계절), <비단길에서 만난 세계사>(창비), <교과서에서 절대 가르치지 않는 세계사>(일빛) 같은 세계사 책들도 흐름을 이뤘다.

<명작 속에 숨어 있는 논술>(살림),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한울), <고전과 논리적 글쓰기>(이제이북스)처럼 논술을 직접 겨냥한 책과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시리즈(생각의나무)처럼 청소년 교양서도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 소설의 위축 현상은 뚜렷했다. 한 출판인은 “한두 해 전만해도 청소년 소설이 널리 읽혔고 추천도서의 절반을 소설이 차지하기도 했는데 올해엔 청소년 문학이 확실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외국 소설은 거의 죽었고 국내 소설도 몇 종만이 인기를 누릴 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올해 출간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문학동네)은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다. 이와 함께 <노빈손, 티라노의 알을 찾아라>(강산들) 같은 뜨인돌의 노빈손 시리즈도 많이 팔린 신간도서 상위를 차지했다.

청소년책이 주로 중학생 독자를 겨냥하고, 주로 학습서 출판을 되풀이하는 현주소에서, 고교생을 어떻게 독자층으로 끌어들일지, 그리고 영향력이 커진 학교별 권장도서에 맞추면서도 어떻게 폭넓은 기초교양을 담을지는 청소년책의 과제로 남아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