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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박완서와 후배 작가들이 펼치는 콩트의 향연

등록 2019-01-25 06:00수정 2019-01-25 19:40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작가정신·1만4000원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지음
/작가정신·1만4000원

지난 22일로 8주기를 맞은 작가 박완서(사진·1931~2011)를 기념하는 책 두권이 함께 나왔다. 그의 유일한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 개정판, 그리고 후배 작가 29명이 그를 기리며 새로 쓴 콩트를 모은 <멜랑콜리 해피엔딩>이 그것이다.

1981년에 ‘이민 가는 맷돌’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나왔던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는 작가가 1970년대에 쓴 콩트 48편이 묶였다. 작가의 따님인 수필가 호원숙이 개정판 서문을 썼는데, “결코 소홀하거나 가볍지 않은 삶의 반전이 숨어 있”으며 “재미 속에 쿵 하고 가슴을 흔들어대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게” 하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한다.

작가 자신의 서문에서는 이 책이 그의 유일한 콩트집으로 남은 까닭이 설명된다. 당시 콩트는 주로 기업의 홍보용 사보에 실렸는데, 문예지나 일반 교양지보다 고료가 매우 높았다. 그렇게 높은 고료 때문에도 작가는 콩트를 즐겨 썼는데, 어느 순간 “편식하던 단 음식을 끊듯이 단호하게 안 쓰기로 작정을” 했다고. 사보의 높은 고료가 ‘부업’으로 매력적인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면 더욱 그런 일거리는 원고료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전업작가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콩트 쓰기에서 스스로 물러나왔다는 것. 문학적 성취와 더불어 이런 ‘어른다운’ 면모가 후배 작가들을 그의 이름 아래 불러 모은 것이겠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에는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이 선배 작가 박완서를 기리는 짧은 헌사가 앞에 붙어 있다. 실제 작품들은 박완서와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은데, 함정임과 정세랑의 작품은 이례적으로 박완서를 언급한다. 함정임의 ‘그 겨울의 사흘 동안’에서 작가 자신으로 짐작되는 주인공 제이(J)는 남프랑스 고원 마을 루르마랭을 7년 만에 다시 찾는다. 이곳은 알베르 카뮈의 묘가 있는 곳이자 카뮈의 딸인 카트린이 살고 있는 동네. 아버지 카뮈가 남긴 글의 편집자이자 생애 및 작품 연구자인 카트린의 이야기는 곧 ‘피(P) 선생’(=박완서)이 마지막까지 살았던 아치울 마을 자택을 지키며 어머니와 관련한 일을 챙기는 장녀(=호원숙)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런 바람 섞인 가정으로 귀결된다. “그곳이 어디든 두 작가의 딸들이 만난다면.”

정세랑의 ‘아라의 소설’은 술에 취한 선배 작가한테서 빈정거리는 말을 들은 소설가 ‘아라’의 이야기. “너는 말야, 계속 그런 거나 써.” 선배가 말한 ‘그런 거’란 무엇일까. 대중소설, 장르소설, 페미니즘 소설 등이 아라가 떠올린 후보들. 선배가 던지듯 한 말에 오래도록 시달리던 아라는 박완서 선생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다. “세상을 뜨고 나서도 그렇게 생생한, 계속 읽히는 작가가 있다는 게 좋은 가늠이 되었다.”

수도권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섬으로 돌아온 부부가 사랑방 장판 아래에서 여순사건 당시 할아버지가 숨어 있던 공간을 발견하는 한창훈의 ‘고향’, 크리스천 전형에 이어 불교 인재 전형을 알아보는 딸의 이야기인 조남주의 ‘어떤 전형’, 값비싼 레고 세트를 충동적으로 아들에게 사주었다가 아내의 성화에 환불하러 가는 부자가 나오는 이기호의 ‘다시 봄’ 등 짧은 분량 안에 울림과 감동을 담은 작품들이 묶였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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