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인·전병찬·안태언 지음, 청년담론 기획/시대의창·1만4800원 “당신이 말하는 청년은 ‘우리’가 아니다.” 대표적 ‘당신’인 언론은 <청년현재사>의 주된 비판 대상이다. 저자들은 언론이 보여주는 청년은 진짜 청년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언론은 청년에게 끊임없이 ‘얼마나 힘드냐’만 묻는다. 입체적으로 다뤄야 할 청년은 ‘힘든 청년’으로 납작하게 대상화된다. 게다가 언론이 힘드냐고 묻는 대상도 ‘화이트칼라 고학력 청년 남성’에 한정된다. 근거 있는 비판이다. 성 소수자와 해외 거주자부터 대기업 회사원까지 청년 102명을 인터뷰어 26명이 직접 인터뷰해 들은 내용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청년지식공동체 ‘청년담론’이 기획한 이 책은 ‘청년 문제에 적대적’인 청년 등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청년상을 보여준다.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현장에서 길어올린 생생한 질문을 던진다. 왜 기성세대와의 연대와 상생은 환상인가, 왜 현재의 청년정치는 허상인가, 왜 세대교체 없는 세대담론만 나오는가 등등. 386세대에 대한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386이 더 이상 저항의 아이콘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독재를 몰아낸 성과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진보가 아니라 기성 체제를 정상화한 보수에 가깝다. 민주화를 이뤘다는 향수에 취한 386은 ‘헬’인 대한민국 체제 그 자체로 박제돼 세대교체를 거부한 채 버티고 있다.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달리 문제 제기 방식에는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은 기존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흠이 될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이 책이 말하는 청년은 확실히 ‘우리’가 맞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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