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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랑 핑계삼은 ‘스카이 캐슬식 교육열’ 용서할 수 있을까요?”

등록 2019-01-28 23:19

성장소설 ‘설이’ 펴낸 심윤경 작가
“고3 딸과 6년간 격렬한 시간 겪어”
‘한겨레문학상’ 수상 17년만에 신작
심윤경 소설가가 28일 낮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신작 <설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심윤경 소설가가 28일 낮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신작 <설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제 첫 소설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떤 분이 던진 질문에 크게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어요. ‘소설 주인공인 동구는 행복했을까요?’ 하는 질문이었지요. 동구는 착하고 속 깊은 아이여서 가족을 사랑하고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죠. 그런데 정작 그 아이의 감정은 누가 살펴주었을까요? 적어도 소설을 쓴 저는 그러질 못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거죠. 그래서 이번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아이로 하여금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어른들을 상대로 뻔뻔할 정도로 제 주장과 고집을 펼치도록 그렸어요.”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 심윤경이 그로부터 17년 만에 또 다른 성장소설 <설이>(한겨레출판)를 선보였다. 책을 내고 28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6년 가까이 소설을 쓰지 못하면서 소설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며 “한겨레문학상 당선으로 작가가 됐고 그 작품이 성장소설이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서 다시 성장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설이>는 고아원 출신 초등학교 6학년생 설이를 주인공 삼은 소설이다. 입양돼 갔다가 세 번이나 파양돼서 돌아올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은 설이는 고아원 시절부터 자신을 돌보던 ‘이모’의 집에서 수양딸처럼 성장한다. 우연한 계기에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로 전학하고 각종 사교육의 세례를 받던 설이가 어른들의 위선과 욕망을 까발리고 그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설이는 진한 화장을 하고 다니며, 어른들에게 되바라지게 굴지 않으면 ‘함묵증’(含默症)을 핑계로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 지능이 뛰어나고 독립심이 강한 주인공 소녀를 통해 작가는 부모의 사랑과 양육 및 교육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제 딸이 올해 고3이 되는데, 제가 소설을 쓰지 못한 지난 6년은 저나 딸한테 가장 격렬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자식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얘기하지만, 아이가 자라고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서는 그만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부모가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게 잘 가르치는 것인지를 소설을 통해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심윤경 작가의 신작 <설이> 표지. 한겨레출판
심윤경 작가의 신작 <설이> 표지. 한겨레출판
작가는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봤는데, 자식에 대한 사랑을 핑계 삼은 부모의 교육열은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지 하는 문제의식에서 어느 정도는 내 소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데 내가 소설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고, 할머니 같은 사랑, 단순하고 고지식한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이>에서 비록 무식하고 가난하지만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설이의 편을 들어 주는 ‘이모’가 바로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 인물인 셈이다.

“아이를 사랑하고 키우는 것과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키우는 것의 유일한 차이는 그 사랑의 대상을 독립시킬 것이냐 여부예요. 반려동물이라면 영원히 보살펴야겠지만, 아이는 독립해서 걸어나가도록 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죠. 아이가 시행착오와 실패도 겪어 보고 그 과정에서 자기를 수습하는 능력도 배우는 게 장기적으로는 삶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코칭’은 부수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부모의 사랑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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