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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해체 위기에 직면한 하키팀의 운명은?

등록 2019-02-01 06:00수정 2019-02-08 14:29

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1만6800원

스웨덴 소설가 프레드릭 배크만(사진)은 2012년 블로그 연재 글을 바탕 삼은 데뷔작 <오베라는 남자>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이어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 역시 <오베…>와 마찬가지로 개성 넘치는 주인공의 캐릭터에 의존한 소설 세계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같은 스웨덴 특유의 ‘캐릭터 소설’ 계보로 분류할 만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2017년작 <베어타운>에서부터 배크만은 전혀 다른 작풍을 선보인다. 베어타운이라는 마을을 무대 삼아 청소년 아이스하키팀 스타 선수의 성폭행 사건이 초래한 여파를 다룬 이 소설은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 및 그 가족들, 그리고 지역 아이스하키팀의 전국 대회 우승을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좌절과 그에 따른 혼란 등을 다각도로 그려 보였다.

신작 <우리와 당신들>은 <베어타운>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성폭행 가해자인 케빈을 비롯한 몇몇 선수와 코치가 베어타운의 앙숙인 이웃 마을 헤드 하키팀으로 이적하고 베어타운 하키단은 해체의 위기에 직면하는데,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베어타운 하키팀 재건을 위해 은밀하게 움직인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소설 앞부분에서 작가는 <우리와 당신들>이 다루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성소수자인 소년과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중심으로 퀴어와 페미니즘, 정치와 스포츠, 공동체와 폭력 등의 문제를 두루 건드린다.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이어가기 때문에 600쪽이 넘는 분량에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 “진실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반면 거짓은 쉽게 믿을 수만 있으면 된다.” “사랑은 측정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측정할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해낸다.” 작품 곳곳에 박혀 있는 잠언투 문장은 독서의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아직은 모르지만 앞으로 십 년 뒤에 그녀는 여기서 만든 곡을 모든 콘서트 때 맨 처음으로 연주하게 될 것이다.”

<베어타운>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었던 마야에 관한 이런 진술은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에 이어지는 또 다른 소설, 더 나아가 베어타운을 배경 삼은 대하 연작 장편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도 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Lin-a Jonasson Bern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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