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배경삼은 소설 ‘줄리아나 도쿄’
신인작가 한정현의 개성있는 첫 장편
데이트 폭행과 작곡가 정추 이야기도
신인작가 한정현의 개성있는 첫 장편
데이트 폭행과 작곡가 정추 이야기도
한정현 지음/스위밍꿀·1만2000원 ‘줄리아나 도쿄’는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 도쿄에 있었던 나이트클럽이다. 가수 이정현의 부채춤과 개그우먼 그룹 셀럽파이브의 군무가 이 클럽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있다. 이 이름을 제목 삼은 한정현의 소설은 줄리아나 도쿄가 상징하는 사회사적·문화사적 의미를 밑그림으로 깐 채, 현재를 사는 한국 여성 한주와 일본 남성 유키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던 한주는 동료 대학원생이기도 했던 연인의 지속적인 데이트 폭행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되살아나지만, 그 충격으로 한국어를 잊고 일본어만 말할 수 있는 ‘외국어증후군’에 걸린 채 도쿄로 온다. 도쿄에서 그가 일하게 된 서점 동료인 유키노는 한국인 동성 연인 한수의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는 처지. “그냥 돈을 합쳐 안전과 공간을” 확보하자는 뜻에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닮은꼴인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나 한수의 협박이 거듭되고 급기야는 그 협박이 한주에게까지 향하게 되자 유키노는 어느 날 문득 사라지고, 1년 뒤 부산에서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된다. <줄리아나 도쿄>는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는 매우 다양한 결과 층위를 지닌 이야기들이 담겼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면서도 유독 연인인 한주에게만은 일방적이며 폭력적인 연인. 자신이 당한 모욕과 좌절을,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하는 것으로 되갚는 사람. 자신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한주를 비웃으며 닥치는 대로 때리는 남자. “내가 죽어서라도, 그 사람의 인생이 산산조각나길” 바라게 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고발이 강렬하다. 그런 점에서 유키노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 고향 오키나와에서 당했던 납치와 폭행, 그리고 역시 오키나와 클럽들에서 미군들이 현지 여성들에게 행한 폭력과 살인은 한주가 연인에게 당한 폭력의 변형된 형태들이라 할 수 있다. 납치 사건 뒤 오키나와를 떠나 도쿄로 온 유키노 어머니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이면 줄리아나 도쿄 클럽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중 갓 낳은 채 버려진 유키노를 발견하고 자식 삼아 키운다.
2015년 신춘문예 등단 뒤 첫 책으로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를 낸 작가 한정현. ‘줄리아나 도쿄’는 1990년대 초 일본 도쿄에 있었던 나이트클럽의 이름이다. 스위밍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