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탄’은 ‘땅’을 의미하는 고대 인도어에서 유래한 접미사다. ‘스탄’이 붙은 나라들은 유독 이름 외우기가 어렵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등. 2009년부터 이 중앙아시아 5개 국가와 교류 사업을 해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최근 동화책을 선보였다. ‘스탄’의 작가들이 이야기를 쓰고 한국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공동작업이다. 2017년(5권), 2018년(5권)에 이어 세번째 맺은 결실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책은 <교활한 꾀쟁이의 속임수>(우즈베키스탄의 라자보브 딜쇼드·안소민) <용감한 토끼>(카자흐스탄의 즐크바이 메이르잔·남성훈) <진정한 친구>(투르크메니스탄의 고투로브 아자트·김지영) <정의로운 소녀 사드바르그>(타지키스탄의 압두자보로프 압두가포르·김솔미) <이식쿨 호수의 슬루우수우>(키르기스스탄의 알틴 카팔로바·강혜숙) 다섯권이다.
영리한 소녀가 욕심쟁이 부자를 응징한다거나, 동물계의 마이너리티인 토끼가 우연의 연속으로 최고 포식자인 곰까지 물리친다거나, 비둘기와 고슴도치가 동맹을 맺어 적을 무찌르는 등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저변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주제는 자연의 가치란 보편적 메시지다. 호수는 어린 소녀가 지혜를 얻는 장소이자, 물의 여신이 살고 있는 신성한 곳이다. 황금에 눈이 멀어 땅을 파헤친 섬사람들이 터전을 잃은 뒤 “고향 땅의 흙 한줌은 금보다 귀한 것”이라며 눈물 쏟는 이야기도 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과 농토가 부족한 척박한 환경에서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아라베스크 문양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분위기를 담은 그림체도 이색적이다. 무엇보다 지리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시리즈의 강점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동화책들을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동시 출간하고, 서점 판매를 비롯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전달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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