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기획, 윤찬영 지음/바틀비·1만5900원 도시엔 어부와 농부만 사는 게 아니다. 도심 속 쓰레기에서 금맥을 찾아내는 ‘도시 광부’도 있다. 삶 전문가이자 사회혁신의 주체인 이들은 버려지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평범한 시민, 벤처기업, 자원봉사자 들이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세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가난과 실업, 질병, 환경오염 같은 문제를 정부나 시장이 해결해주던 시대도 저물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정책은 골목길 주차전쟁조차 해결하지 못한다. 발상의 전환, 삶과 유리되지 않은 창의적 사고는 그래서 더욱 필요한지 모른다. 주차전쟁의 해법이랍시고 정부가 내놓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공유주차제로 바꾸자는 역발상이 그런 사례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구로구 독산4동의 이 실험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너무 느리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좀처럼 좋아지지 않아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게 사회혁신의 본모습이다.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지금껏 없던 답을 스스로 찾아 새로운 길을 내려는 흐름이 공동체를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줄리엣’은 로미오의 연인이 아니다. 에너지의 단위인 ‘줄’(Joule)에서 따온 가상화폐 이름으로, 네덜란드의 한 죽은 항구도시를 자원과 에너지, 사람이 선순환하는 청정기술의 놀이터로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됐다. 이 책이 소개한 전 세계 30가지의 사회혁신 실험은 구성원들 사이의 믿음과 인내심 위에서 가능했다는 공통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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