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7일 한국언론재단회관에서 열린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대회. 박승화 <한겨레21>기자 eyeshot@hani.co.kr
2005 학술계 진단 (상) 보수의 공세와 진보의 성찰
2005년의 학계를 지배한 화두는 ‘모색’이었다. 저마다 뿌리를 달리하는 학자 집단들이 서로 다른 이유에서 한국사회의 위기를 진단했다. 그 미래를 개척하려는 학문적 모색이 뒤를 이었다. 학계 논쟁의 대부분은 역사 영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안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이켜보려는 노력이었다. 여러 지식인이 평생에 걸친 학문적 시름의 짐을 내려놓고 우리 곁을 떠났다. 지식사회의 무기력·무능력에 대한 자괴감 속에서도 몇몇 지식인들은 주목할만한 학문적 성과와 실천적 발언을 내놓았다. 지식인 스스로가 화제의 중심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세차례에 걸쳐 2005년 학계 흐름의 대강을 짚어본다. 서울 주요대학 교수들 주축 근현대사 교과서 비판 2005년 한해 입지 다져 2005년의 학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단연 보수진영의 학자들이었다. 특별한 학문적 성과를 내놓아서가 아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우익(뉴라이트)’을 기치로 내건 이들은 ‘뉴라이트 네트워크’(10월18일 창립), ‘뉴라이트 전국연합’(11월7일 창립) 등 양대 조직을 기본으로 삼아 총결집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우파 지식인들의 논의가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신우익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그 탄생과 구성의 저변에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뉴라이트 싱크넷’ ‘교과서포럼’ 등 8개 단체가 함께 만든 뉴라이트 네트워크는 우파 지식인들의 ‘씽크탱크’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 일종의 대국민운동을 지향하는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구분된다. 신우익 운동이 옛 독재시절의 반공·국가·성장주의와 다름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 주장에 새로움이 더해진 듯 보이는 것도 이들 지식인들의 구실이 컸다.
2005 학술계 진단 상
결국 하반기 들어 성찰의 기운이 진보 지식인 사회에 넘쳐 흘렀다. 신우익 지식인들이 ‘조직’으로 말했다면, 진보 지식인들은 ‘심포지엄’으로 말했다. 대형 학술대회가 연쇄적으로 열렸다.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찬아카데미)의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심포지엄(9월29일)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의 ‘광복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심포지엄(10월2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대한민국을 위한 3대 논쟁’ 심포지엄(10월26일) △산업사회학회의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심포지엄(11월4일)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의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을 찾아서’(12월14일)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학술잡지에 둥지를 튼 지식인들의 궤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해문화>는 겨울호에서 ‘민주화 시대에 민주주의가 없다’를 특집으로 다뤘고, 반년간지 <시민과세계>는 상반기에 ‘위기 이후의 위기’를 주제기획으로 펼쳤다. 성찰의 와중에 대안에 대한 모색도 일부 이뤄졌다. 창작과비평사·함께하는시민행동이 공동 주최한 ‘87년체제의 극복을 위하여-헌법과 사회구조의 비판적 성찰’ 심포지엄(7월15일)이 대표적이다. 이 심포지엄은 헌법의 민주적 개혁 전략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진보 진영의 새로운 목표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이후 관련 연속 심포지엄을 열었다. 진보 지식인들의 모색은 점차 ‘대안 경제체제’ 마련으로 모아지고 있다. <역사비평> 여름호가 ‘다시 한국사회구성체론을 생각한다’를 특집으로 삼아 한국사회의 새로운 경제적 미래상 마련을 촉구했고, <동향과전망> 여름호는 ‘새로운 한반도 경제모델의 모색’을 특집으로 다뤘다. 이후 여러 학술대회에서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삼은 한국 경제체제의 대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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