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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폐에 새겨진 역사·문화사

등록 2019-02-22 06:00수정 2019-02-24 21:29

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마음서재·1만6000원

지폐는 고유하다. 나라마다 시기별로 단 하나의 만듦새로 태어났다가 사라진다. 유로화 탄생을 이끈 빔 도이센베르흐 유럽중앙은행(ECB) 초대 총재는 “지폐는 단순한 지불수단이 아니라, 발행국들의 영혼을 반영한 수공예품”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인문학자, 여행작가인 셰저칭이 쓴 <지폐의 세계사>도 이 같은 전제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든 지폐는 자신만의 언어로 비전과 이상을 이야기한다.”

지은이에게 지폐는 낭만이며 미학적 대상이다. “지폐를 감상하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예술적 탐색”이고, “그 찬란하고 순수한 디자인의 배후에는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본다. 네덜란드는 1950년대까지 지폐에 역사적 인물의 초상을 담았다. 1960년대부터 지폐의 미학적 관점이 바뀐다. 스피노자 등 역사적 인물을 쓰더라도 원화의 원근법을 배제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역사, 종교, 정치적 의미가 있는 도안을 과감하게 버리고 해바라기, 새, 등대, 토끼 등을 소재로 내세워 “지폐 디자인의 명작”을 만들었다. 지은이는 네덜란드의 예술 운동 ‘데 스틸’의 디자인 철학이 꾸준히 지폐 미학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풀이한다.

1977년부터 1985년까지 네덜란드가 발행한 길더의 일부. 마음서재 제공
1977년부터 1985년까지 네덜란드가 발행한 길더의 일부. 마음서재 제공
반면 1920년대 독일에서 발행된 ‘긴급 통화’(Notgeld)는 “저속한 색채와 난잡한 스타일에 인쇄 상태마저 불량”하다. 지은이는 이런 통화의 모습에서 당시 독일 국민들이 입은 타격과 고통을 읽는다. 악성 통화 팽창으로 물가가 치솟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긴급 통화는 국민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믿을 수밖에 없던 대안이었다. “긴급 통화 중에는 지역의 해학적인 문구나 우스갯소리를 담은 것도 있었는데, 이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의 고충을 잠시나마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2002년 발행한 페로제도의 페로크로나 지폐. 페로제도의 빛과 어두움, 안개 낀 모습을 묘사한 화가 하이네센의 작품을 뒷면 주제로 채택했다. 마음서재 제공
2002년 발행한 페로제도의 페로크로나 지폐. 페로제도의 빛과 어두움, 안개 낀 모습을 묘사한 화가 하이네센의 작품을 뒷면 주제로 채택했다. 마음서재 제공
지은이는 지난 25년간 97개국을 돌아다니며 각 지역의 지폐를 수집했다. 지폐에 등장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고 현지인, 지폐 디자이너 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책은 그 가운데 42개국을 추려, 각 지폐에 담긴 역사적 사연을 여행기 형식과 접목해 전달한다.

1992년 북한이 발행한 50원 지폐. 앞면의 주제는 주체사상탑이다. 마음서재 제공
1992년 북한이 발행한 50원 지폐. 앞면의 주제는 주체사상탑이다. 마음서재 제공
고고학과 예술사학을 공부하고, 대만의 유명 티브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하는 등 대중적 소통에 능한 지은이의 강점이 골고루 발휘된다. 각종 카드와 ‘OO 페이’ 등 디지털 화폐에 익숙해져 종이돈을 볼 일이 드문 독자라도, ‘지폐 미학 취향이 맞는 나라’로의 여행 욕구를 자극받을 수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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