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의젓한 미숙아, 우린 모두 미숙아야

등록 2019-02-22 06:00수정 2019-02-22 19:09

올해의 미숙-정원 만화
정원 지음/창비·1만5000원

이 만화의 추천사에 소설가 황정은은 “가난의 모습은 홀쭉하지 않다”고 썼다. 만화가 정원의 첫 장편인 <올해의 미숙>은 “냄새와 흉터와 눈치와 질병과 자책 같은 것”들로 “불룩한 가난의 주머니”를 헤쳐가며 어른이 된 1980년대생 소녀 ‘장미숙’의 성장기다. 밖에선 “시대를 성찰하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아버지는 실제론 엄마에게 손찌검을 일삼는 주정뱅이다. 언니 ‘정숙’은 언제부턴가 엇나가며 동생을 학대하고, 짓궂은 학교 친구들은 ‘미숙아’라고 부르며 따돌린다. 미숙은 움츠러들긴 하지만 나빠지진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허벅지를 꼬집는 언니의 아픔을 응시하고, 어머니의 한숨에 귀 기울이며, 아버지가 ‘진돗개’라며 들여왔다 ‘똥개’로 판명 나자 곧 외면해버린 강아지 ‘절미’를 돌본다.

하지만 모든 만남엔 자국이 남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장검 찬 기사처럼 나타난 친구 ‘재이’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맛보지만, 사랑과 우정의 그 어디쯤 있었을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미숙을 옭매었던 과거의 관계가 스웨터 올 풀리듯 지나간 자리. 엄마는 미숙에게 봉투를 건넨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집어 던진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에 맞아 뺨에 생긴 흉터를 치료하라는 돈이었고, 미숙은 “기쁘게 받는다.” 삶이란 자기 몫의 미숙함을 머리에 이고 한해, 한해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그 길을 걷다가, 뭐가 들어있을지 알 수 없는 불룩한 주머니를 만나더라도 ‘나’를 잃지 않는 것. 상실의 절망에서도 ‘푸르른 틈새’를 바라보는 것. 수많은 인생의 미숙아들에게 주인공이 전하는 은근한 메시지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