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11일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영리법인 설립 허용 등을 뼈대로 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김정효 기자 hypod@hani.co.kr
‘진보평론’ 겨울호 사태본질 주목 촉구
‘황우석 사건’의 바탕에는 의료의 시장화 논리가 깔려 있다.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에서 한 걸음 떨어져 사태의 본질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는 글이 <진보평론> 겨울호에 실렸다.
생명공학과 민중운동의 관계를 성찰한 <진보평론> 특집글에서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황 교수의 줄기세포연구는 ‘부자의 과학’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공공 의료 대신 의료의 시장화·산업화·기업화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그 이면에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이 보기에 황 교수 연구의 본질을 전하는 상징적인 대목이 있다.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센터 부지 선정 문제다. 지난해 여름, 청와대 주요 인사가 “전남 광양을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센터 부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은 제주와 인천을 또다른 후보지로 함께 꼽았다. 세 곳의 공통점이 있다. 영리목적의 병원 설립이 허용된 ‘경제자유구역’ 또는 ‘특별자치지역’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올 2월 국정연설에서 “의료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해외로부터 돈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다. 이 위원회가 다루는 주요 의제는 △병원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도입 △첨단의료복합도시 등이다.
여기에 황 교수가 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황 교수의 후원자를 자처했던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장과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사장 등도 민간 위원과 약계 대표로 각각 참가했다. 이번 사태의 또다른 주인공인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위원회 공동간사다.
위원회가 앞세운 의료산업 선진화 문제는 자본의 이윤 극대화와 맞물려 있다. 황 교수는 올 초 <조선일보>가 마련한 특별좌담 자리에서 “영리목적의 의료법인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법으로는 보건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제도를 시장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이 주목한 것은 황우석, 의료계, 재계, 정부가 뭉친 ‘의료의 시장화 카르텔’이다. “의료를 산업화·시장화하려는 정부와 재계에게 황 교수는 훌륭한 명분이 됐다.” 동시에 황 교수는 “장기간의 임상시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확보를 의료산업화 정책에서 찾았다.” 특히 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병원을 영리적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생명윤리, 과학적 진위, 실용화 가능성 등을 모두 덮어놓자고 말했던 강력한 힘은 바로 ‘의료의 시장화’ 논리에 있었던 것이다. 한 연구원은 “영리법인화된 병원을 통해 비싼 민간보험료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엄청난 고가로 제공되는 첨단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의료 시장화의 미래”라고 지적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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