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열린책들·2만원 식물 ‘미모사’는 낮에 이파리를 활짝 펴 하늘을 가로지르는 해의 궤적을 따라가고, 밤엔 마치 시든 것처럼 축 늘어지는 ‘향일성’ 식물이다. 사람들은 미모사의 잎이 펼쳐지고 닫히는 행동이 오로지 해가 뜨고 지는 자연 현상에 따라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1972년 프랑스 지구 물리학자 장자크 도르투 드메랑이 미모사를 밀봉된 상자에 넣어두고 24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미모사는 햇빛과는 상관없이 한낮이 되면 잎을 펼치고, 해가 저물면 잎을 닫았다. 살아 있는 생물은 햇빛과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 없이도 나름의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의 저자는 미모사처럼 인류도 하루 주기의 내성적 리듬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깨어 있는 시간만큼 잠드는 시간을 잘 확보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잠을 줄여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현대인의 강박에서 벗어나, 수면이 주는 엄청난 혜택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잠은 암과 치매를 예방하고, 심장마비의 위험도 줄인다. 잠을 충분히 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신경과학자로서 20년간 수면을 연구해온 저자는 각종 의학적 연구를 토대로 수면 부족 사회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다. 책에서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조차도 세계적인 수면 전문가답다. “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다가 졸음이 와서 잠에 빠져든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주제와 내용을 고려할 때, 나는 독자가 그런 행동을 하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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