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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상에 존재하는 라퓨타’ 소말릴란드

등록 2019-03-08 06:00수정 2019-03-08 20:03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신창훈·우상규 옮김/글항아리·1만9800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라퓨타는 ‘환상의 나라’다. 사람들 대부분이 가본 적 없지만, 주인공 소년은 가끔 라퓨타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소녀와 만나 라퓨타를 여행한다.

일본의 논픽션 작가인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의 저자는 이 영화를 빗대 아프리카 동북부에 위치한 소말릴란드 공화국을 ‘지상에 존재하는 라퓨타’로 묘사한다. 무정부상태가 계속된 소말리아와는 달리, 1991년 독립을 선언한 소말릴란드는 자국내 분쟁을 종식시키고 수십년 동안 나름의 평화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2009년 소말릴란드로 향한 저자가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저자는 소말릴란드가 평화로운 이유를 소말리족 특유의 전통과 연결한다. 유목민인 소말리인에게 조상을 공유하거나 모시는 혈연집단인 ‘씨족’은 핵심적인 가치다. 씨족 사이 내전이 빈번한 이유이지만, 바꿔 말하면 씨족 간의 분쟁이 없는 한 치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말릴란드에는 건전한 기능을 하는 복수정당제가 있고, 보통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며, 지방자치는 씨족들의 합의로 원만하게 유지되고 있다. 저자가 소말릴란드에서 본 풍경은 기아와 무질서, 빈곤으로 표상되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현지를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소말릴란드의 이야기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현지인들과 어울리려 일종의 환각식물인 카트를 씹는 ‘카트 연회’를 즐겼다가 거의 중독자가 될 뻔하고, 소말릴란드 최고봉인 심비리스산에 갔다가 완만한 언덕만 만나고 온 이야기 등을 가감없이 풀어낸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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